[밀물썰물] 삼계탕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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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왜 불러/ 뒤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 쌍을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이 몸이 늙어서 몸 보신하려고 먹었지/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영감이라지!”

1970~1980년대 지금의 블랙핑크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가수 하춘화의 ‘잘했군 잘했어’ 노래다. 이제는 올드 보이만 기억하지만, 하춘화가 나훈아, 남진, 남보원, 백남봉 등과 듀엣으로 부른 이 노래는 TV만 켜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서 영감님이 먹었다고 실토한 병아리는 알에서 깨어난 지 보름 정도 지난 약병아리로, 초복·중복·말복 등 여름철에 주로 먹는 삼계탕에 넣는 닭 크기다.

기후 위기에 따른 극한 호우로 한반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 장마가 끝나면 다시 폭염이 닥칠 전망이다. 초복에 이어 이틀만 지나면 중복이다. 이처럼 복날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고 힘들 때, 선조들은 보신탕을 비롯해 삼계탕, 장어, 낙지, 민어 등 고단백·고영양 음식을 먹으며 기력을 돋우고 입맛을 되찾으려 애썼다. 최근에는 보신탕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복날 가장 많이 찾는 음식으로 삼계탕이 압도적인 1위를 할 정도로 대표 보양식으로 등극했다. 닭고기는 지방이 적고 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 함량이 많으며, 소화 흡수가 잘되는 식재료다. 또 다른 주재료인 인삼도 효능이 만만치 않다.

지금이야 인삼이 흔해졌지만, 조선 시대에는 부자들의 약선 음식으로 여겨졌을 정도다. 일제 강점기인 1924년 일본 중추원에서 조사한 ‘조선인 생활 풍속’에서도 부잣집에서 여름철 암탉의 배에 인삼을 넣어 우려낸 국물로 약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삼계탕은 1960년대 무렵 인삼을 대량 재배하면서부터 많이 먹기 시작한 음식이다.

중복(21일)을 이틀 앞두고 집에서 직접 삼계탕을 끓여도 한 그릇에 9000원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고 한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사룟값 인상은 물론이고, 인건비와 운반비, 에너지 비용 등 생산비가 대폭 오른 까닭이다. 거기다가 폭우로 주요 농산물 산지가 심각한 피해를 입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실제로 생닭과 수삼, 찹쌀 등 삼계탕 재료 7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비용이 3만 4860원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42.9%나 뛰었다고 한다. 농가의 어려움도 헤아려야 하겠지만, 삼계탕 한 그릇으로 극한 장마와 폭염을 이길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서민 물가 정책을 기대한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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