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펄펄 끓는 물속, 애끓는 어민 속… “이러다 다 죽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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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덮친 통영 양식장 가보니

진해만 고수온 주의보→경보 격상
양식 어류 2~3일 노출 땐 폐사
경남 앞바다 사육 65% 한류 어종
2년 전 최악 피해 반복 전전긍긍

1일 오전 9시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본격적인 수온 상승기를 앞두고 양식 어류에게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1일 오전 9시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본격적인 수온 상승기를 앞두고 양식 어류에게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사람 잡는 폭염인데, 펄펄 끓는 물 속에 갇힌 놈들은 오죽하겠습니까.”

1일 오전 9시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 뗏목에 발을 디딘 순간 숨이 턱 막힌다. 긴 장마가 걷히자 시작된 불볕더위. 해 뜬 지 3시간도 안 됐는데 수온계엔 24.9도가 찍힌다. 어장주는 “한낮엔 27도까지 치솟는다”고 했다.

참돔 5000여 마리가 들어찬 수조 속이 껌껌하다. 표층 수온이 오르자 1도라도 낮은 바닥으로 내려간 탓이다. 한 어민이 굵은 땀방울을 훔쳐내며 새벽에 공수해 온 싱싱한 정어리를 한 움큼 퍼 던진다. 그런데 평소라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면 달려들 녀석들이 미동조차 없다.

“일단 잘 먹어야 버틸 텐데.” 재작년 여름 애지중지 키운 우럭(조피볼락) 수만 마리가 떼죽음했던 어장주는 그때 악몽이 떠오른 듯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당장 1ha 어장에 든 물고기만 30만여 마리. 그는 “(일본)원전 오염수 불안에 여태 출하도 못 해 고스란히 차고 있다. 고수온이든 적조든 지금 덮치면 다 죽는다”면서“천만다행으로 작년은 무사히 넘어갔다. 부디 올해도 그러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1일 오전 9시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본격적인 수온 상승기를 앞두고 양식 어류에게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1일 오전 9시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본격적인 수온 상승기를 앞두고 양식 어류에게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1일 오전 9시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본격적인 수온 상승기를 앞두고 양식 어류에게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1일 오전 9시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본격적인 수온 상승기를 앞두고 양식 어류에게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본격적인 여름 나기에 나선 경남 남해안 어류양식 어민들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올여름, 역대 최악의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 2021년에 버금가는 이상 고온 현상 조짐이 비치고 있는 탓이다. 이미 달아오르기 시작한 바다에서 어민들은 벌써 밤잠을 설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31일 경남 진해만 등 서·남해 4개 내만에 대한 고수온 특보를 주의보에서 ‘경보’로 대체했다. 경보 해역 수온은 27.3~28.8도, 주의보 해역은 26.4~28.8도로 수온 상승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수온 특보는 수온 상승이 예상될 때 ‘예비주의보’로 시작해 양식 어류의 폐사 한계 수온인 28도를 넘어서면 ‘주의보’로 대체된다. 이어 주의보 상태가 3일 이상 지속하면 ‘경보’로 격상한다.

수온 1도는 육상 기온 5도 이상에 맞는 변화로 해양 생물에 치명적이다. 그물에 갇힌 양식 어류는 경보 단계에 2~3일 노출되면 그대로 폐사해 버린다. 게다가 경남 앞바다에서 사육 중인 양식 어류의 절반 이상이 고수온에 취약한 한류성 어종이다.

전체 2억 5400만여 마리 중 1억 6500만여 마리가 찬물을 좋아하는 우럭과 숭어다. 참돔, 감성돔, 돌돔같은 돔류는 난류성이라 그나마 버티지만 이놈들 역시, 30도를 웃도는 고수온엔 속수무책이다.

도내에선 2012년 첫 고수온 집단폐사(165만 마리, 18억 원)가 집계된 이후 매년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2021년에는 1042만 마리(116억 원)가 떼죽음해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고수온이 ‘붉은 재앙’ 적조 못지않은 여름 불청객이 돼버린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피해 예방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는 적정 수온 유지가 가능한 해역으로 양식장을 통째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내만 곳곳이 양식시설로 포화상태라 대체 해역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설령 좋은 자리를 확보해도 실행은 쉽지 않다. 폭염에 이미 어류의 체력과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이동 과정의 스트레스와 급격한 환경 변화를 버텨내기 어렵다. 자칫 또 다른 폐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남도는 2년 연속 피해 제로화를 목표로 연안 시·군과 협력해 ‘고수온 비상대책 상황실’을 꾸리고 선제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수립한 종합대책을 토대로 11억 2500만 원을 투입해 산소발생기 등 대응 장비와 어류용 면역증강제도 보급했다. 또 ‘적조·이상수온 밴드’를 통해 중점관리해역 수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수온 상승 시 조기 출하, 사료 급이 중단, 액화산소 공급 등 단계별 대처요령을 지도하며 비상시에 대비하고 있다.

김제홍 도 해양수산국장은 “상시 모니터링과 현장 지도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초기 대응에 전력을 쏟고 있다”면서 “어민들도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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