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밖은 바다”…무더위 싹 날려 버리는 ‘바다 캠핑 명당’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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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마리노오토캠핑장에서 바라본 부산항 앞바다. 밤하늘에 슈퍼 문이 떠올라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두루 보여 준다. 영도마리노오토캠핑장에서 바라본 부산항 앞바다. 밤하늘에 슈퍼 문이 떠올라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두루 보여 준다.

캠핑족들에게 추위만큼이나 불청객인 무더위. 한여름 캠핑 장소를 고민 중이라면 해변으로 떠나 보자. 푸른 바다를 눈에 담으면 마음부터 시원해진다.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는 바닷바람이 식혀 준다. 특히 ‘바다의 도시’ 부산에 위치한 캠핑장에선 바다와 도시의 매력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여름이라 더 시원한 해변 캠핑장 4곳의 4색 매력을 소개한다.

■ 불볕더위 맥 못 추는 ‘바다 캠핑’

아늑함. 울산 울주군 진하해수욕장의 첫인상이다. 많이 붐비지 않고, 개발도 덜 된 편이라 피서를 즐기기 좋다. 아늑한 해변 옆 아늑한 송림에는 바다가 보이는 캠핑장이 아늑하게 자리한다. 울주해양레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은 평일에도 예약이 가득 찰 정도로 인기다.

오토캠핑 16면, 프리캠핑 50면 등 규모가 꽤 있다. 해변 바로 앞자리를 잡아 바다뷰를 기대했는데, 모래사장에 물놀이 시설이 설치돼 있다. 물놀이장이 바다 전망을 살짝 가리지만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 안심이다. 수심이 다른 3개 풀장을 이달 15일(월요일 휴무)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던 날씨가 개고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 끝자락이 만나는 수평선엔 때마침 화물선이 지난다. 배에서 일곱 빛깔을 쏘아 올린 듯 재미난 광경이다.

물놀이·모래놀이뿐만 아니라 주변 산책코스도 훌륭하다. 해변 남쪽 끝 출렁다리를 건너 몇 걸음만 오르면 대바위 공원이다. 완만한 곡선의 해변과 초록 송림, 파란 하늘에 푸른 바다까지 더해져 더욱 아늑하게 다가온다. 갯바위 쪽으로 난 산책로의 끝, ‘달바라기언덕’이란 이름이 재밌다. 기념 사진을 찍기 좋다.

밤이 되자 파도 소리와 개구리 울음이 적당한 볼륨으로 한데 어우러진다. 자연의 자장가에 아기들도 울음을 그친다. 다음 날 아침 알람도 자연이 대신한다. 동해 일출의 빛과 열기가 잠을 깨운다. 아침 해 기운을 듬뿍 받아 하루를 일찍 시작하게 된다.

총 66면 사이트 중 일부는 소나무 그늘이 없지만 마냥 뙤약볕은 아니다. 아침·점심·저녁으로 해가 기울며 그림자가 이동하고, 캠핑장 뒤 동산도 그늘이 되어 준다. 햇볕 걱정 없이 바다 풍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드문드문 해변을 따라 늘어선 카페도 들러 볼 만하다.

울산 울주군 진하해수욕장의 아늑한 해변. 왼쪽 송림에 울주해양레포츠센터캠핑장이 자리한다. 울산 울주군 진하해수욕장의 아늑한 해변. 왼쪽 송림에 울주해양레포츠센터캠핑장이 자리한다.
울주해양레포츠센터캠핑장에선 진하해수욕장 해변이 코앞이다. 울주해양레포츠센터캠핑장에선 진하해수욕장 해변이 코앞이다.
진하해수욕장 앞바다에 무지개가 떴다. 진하해수욕장 앞바다에 무지개가 떴다.

해변 캠피장 중에는 ‘국민’ 이름이 붙은 곳이 있다. 경북 영덕군 영덕고래불국민야영장은 여러모로 국민이란 단어가 어울린다. A·B·C로 나뉜 숲속야영장(110면), 오토캠핑장(7면), 카라반존(25면) 등 모두 142면을 갖춰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특히 숲속야영장은 모든 자리가 울창한 송림 속에 위치해 언제 어디서나 시원한 그늘이다. 코앞에서 불어오는 해풍 덕분일까. 스마트폰 앱에서 확인한 한낮 기온이 28~29도 정도로 ‘시원’하다. 특히 7~8월엔 바닥분수와 물놀이장·유아풀장을 운영해 자녀들과 함께하기 좋다. 온몸을 흠뻑 적시고 나면 절로 햇볕을 찾게 된다.

고래불은 고려시대 학자 이색 선생이 유년시절 바다에서 고래가 노는 모습을 보고 ‘고래뿔’이라 한 데서 유래했다. 굳이 고래가 아니더라도 이 일대는 명사이십리길로 불릴 만큼 긴 모래사장이 장관이다. 북쪽 병곡방파제 고래불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영리·덕천·대진해수욕장까지 4km가 넘는 새하얀 해변이 이어진다.

고래불국민야영장은 위 해수욕장 4곳 중 덕천지구에 있다. 수심이 깊은 동해여서 입수 구역은 제한적이고 파도도 센 편이다. 입수가 부담된다면 모래사장을 거닐며 드넓은 바다를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울주군민에게 우선권을 주는 울주해양레포츠센터캠핑장과 달리 영덕고래불국민야영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

영덕고래불국민야영장의 야간 바닥분수. 추억의 노래가 어우러져 잘 밤이지만 물줄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영덕고래불국민야영장의 야간 바닥분수. 추억의 노래가 어우러져 잘 밤이지만 물줄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영덕고래불국민야영장은 7~8월 바닥분수와 함께 유아풀장·물놀이시설을 운영한다. 수심이 아이 무릎 높이 정도라 안전하게 즐기기 좋다. 영덕고래불국민야영장은 7~8월 바닥분수와 함께 유아풀장·물놀이시설을 운영한다. 수심이 아이 무릎 높이 정도라 안전하게 즐기기 좋다.
부산항힐링야영장 너머로 부산항대교를 비롯해 부산항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부산항힐링야영장 너머로 부산항대교를 비롯해 부산항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 ‘도시 캠핑’ 매력은 일석 몇 조

도시 캠핑은 ‘캠핑=자연’이란 도식을 깨기에 이색적이다. 도시에 자연의 바다까지 더한다면 더욱 색다를 터. 부산에선 최근 몇 년 새 바다 전망의 캠핑장이 잇따라 들어섰다.

동구 초량동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탑승장 옆에 있는 부산항힐링야영장은 ‘바다가 보이는’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부지런히 텐트를 설치한 뒤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자 앞으로 부산항 앞바다와 부산항대교, 왼쪽으로 감만부두 시설, 오른쪽으로는 영도 봉래산까지 두루 들어온다.

앞이 자연과 바다라면 뒤는 도시와 산이다. 북항재개발지역에 들어선 초고층 빌딩과 원도심 시가지, 산복도로 마을까지 부산의 과거·현재·미래가 중첩된 풍경이다. 산 정상엔 선박의 안전한 입항을 돕는 도등이 빛을 뿜어낸다.

캠핑장 내엔 그늘을 내어 줄 만한 큰 나무가 거의 없지만, 바닷바람 덕분에 한낮의 땡볕도 견딜 만하다. 도시 캠핑장인 만큼 주변에 즐길 거리도 여럿이다. 캠핑장과 맞닿은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의 문화공원과 광장, 경관수로와 교량 등이 개방돼 산책코스로 알맞다. 오후 5시까지만 개방인 점은 다소 아쉽다.

더위도 피할 겸 인근 협성마리나G7 1층 ‘북두칠성도서관’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본다. 배가 출출해질 때쯤 책장을 덮고 캠핑장으로 걸음을 옮기니 부산항 야경이 펼쳐진다.

캠핑장 내에도 작은 어린이도서관이 있다. 꽤 넓은 반려동물놀이터까지 있어 자녀나 반려동물과 동반 캠핑을 즐기기 좋다.

부산항힐링야영장 인근에 있어 캠핑객들도 이용하기 좋은 '북두칠성도서관'. 부산항힐링야영장 인근에 있어 캠핑객들도 이용하기 좋은 '북두칠성도서관'.
부산항대교 아래를 따라가다 보면 영도마리노오토캠핑장 입구가 나온다. 부산항대교 아래를 따라가다 보면 영도마리노오토캠핑장 입구가 나온다.
부산항대교 영도쪽 ‘공포의 진입로’ 하부 공간에 자리한 영도마리노오토캠핑장. 부산항대교 영도쪽 ‘공포의 진입로’ 하부 공간에 자리한 영도마리노오토캠핑장.

부산항 바다 건너엔 또 다른 매력의 캠핑장이 있다. 부산항대교와 영도가 만나는 지점, 부산항대교 ‘공포의 진입로’로 알려진 곳이다. 아찔한 360도 고가도로 아래 원형의 부지에 지난해 10월 ‘영도마리노오토캠핑장’이 문을 열었다.

한 번씩 진입로를 지날 때마다 아래서 캠핑하는 이들이 궁금했던 터였다. 영도구민 우선 예약 후 치열한 경쟁 끝에 바다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토캠핑 40면을 비롯해 일반캠핑 12면, 카라반캠핑 7면이 있다. 조성된 지 얼마 안 돼 나무 그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원형 고가도로와 기둥들이 시간이 갈수록 방향을 달리하며 그늘을 드리운다.

고가도로 아래라 시끄러울 법한데 더 큰 소음은 다른 데 있다. 인근 수리조선소다. 옛날 깡깡이마을로 불렸던 시절의 망치질은 아니지만 조선소 돌아가는 소리가 캠핑장까지 닿는다. 영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부산의 속살이다. 해가 지면 조선소가 멈추고, 진입로를 오르는 차량도 뜸해 소음이 거의 없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캠핑장을 둘러싼 테트라포드와 바닷물이 만나는 소리가 잔잔히 들려온다.

밤이 되자 부산항대교가 제대로 빛을 발한다. 사장교의 주탑과 케이블이 형형색색 경관 조명을 받아 다채로운 빛을 뽐낸다. 캠핑장에서 방파제를 통해 영도쪽 주탑 아래까지 산책도 할 수 있다. 주탑 하부 공간엔 부산항을 배경으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마침 밤하늘에 보통 보름달보다 큰 ‘슈퍼 문’이 떠올랐다. 자연과 사람의 빛이 공존하는 밤. 도시 캠핑이어서 가능한 그림이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부산항대교 영도쪽 진입로에서 내려다 본 영도마리노오토캠핑장. 위에선 아찔하지만 아래는 아늑하다. 부산항대교 영도쪽 진입로에서 내려다 본 영도마리노오토캠핑장. 위에선 아찔하지만 아래는 아늑하다.
부산항대교 영도쪽 주탑 하부 공간에서 바라본 부산.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원도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항대교 영도쪽 주탑 하부 공간에서 바라본 부산.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원도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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