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잼버리 파행, 엑스포 악영향 없게 만전 기해야
12일 종료 때까지 성공적 마무리 집중
전 세계 의구심 벗는 전화위복 기회로
전북 부안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을 조기 퇴영한 영국 대원들이 9일 오후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 일대를 탐방했다.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끝난 뒤 대대적인 감찰과 감사가 이어지리라는 보도가 잇따른다.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나 세계적 조롱거리가 된 만큼 응분의 책임 소재 규명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회가 공식 종료되는 12일까지는 여전히 잼버리의 시간이다. 대회 정상화와 함께 성공적인 마무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부산은 안타깝게도 대회 파행에 따른 후폭풍을 염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 이번 대회가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나아가 대회를 잘 마무리해 엑스포 유치 활동의 또 다른 전기로 삼는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대통령실과 여권 내부에는 이번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주최 기관인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전북도, 여성가족부 등은 총체적 점검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앞에서 가장 큰 책임을 통감해야 할 주체는 바로 현 정부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일단은 더 이상의 사고 없이 잼버리 대회를 마치는 게 중요하다. 태풍까지 한반도에 상륙한 마당에 참가자들이 또 다시 안전을 위협받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모든 참가자들이 무탈하게 귀국 길에 오르는 그날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최종 목표다. 국내에서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묻는 일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월드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산은 원인이야 어떻든 국제적 평판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미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이 개최국 선정이 몇 달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제사회의 좋지 않은 여론을 보도하기도 했다. 당초 이번 행사를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의 디딤돌로 활용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전략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과 개최지 부산의 역량을 홍보할 국제적 기회였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잼버리 대회 리스크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부산시가 잼버리 참가자에 대한 숙박 지원과 관광 코스 개발 등에 신경 써서 남은 기간 최대한 좋은 인상을 심도록 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잼버리 파행과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언급을 했다. 엑스포 유치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지원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지만, 이를 실제 증명하려면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잼버리의 성공적 마무리에 올인해야 한다. 물론 정부와 부산시의 변함없는 결속과 연대는 필수적이다. 정치권도 이제는‘네 탓’ 싸움을 접고 잼버리 파행의 불똥이 엑스포 유치 활동에 튀지 않게 힘을 모을 때다. 이 과정에서 위기 극복의 역량을 보여 준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전 세계의 의구심을 걷어 내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