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엑스포 물 건너갔다”, 지금 할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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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변인 방송 나와 공개 발언
당 차원에서 공식 입장 천명해야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오른쪽)이 올해 7월 16일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오른쪽)이 올해 7월 16일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부산 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말이 나오게 된 사정이야 어떻든 다른 사람도 아닌 국회 최다 의석 정당의 원내대변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몹시도 충격적이다. 지금은 엑스포 유치전을 판가름할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를 불과 3개월 앞둔 긴박한 시기다.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될 터에 오히려 자해에 가까운 말을 내뱉은 야당 원내대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부산엑스포 유치의 의미를 진정 모르고 한 말이었나. 만일 알고도 그리 발언했다면 그 자체로 이미 망언이 아닌가.

김 대변인의 발언은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과 관련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같은 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잼버리 사태가 엑스포 유치에 미칠 악영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한 답변을 반박한 것이다.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정부의 정책, 특히 그것이 국내외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면 우려와 함께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엑스포 유치와 같은 국가적 행사를 두고 우려와 비판을 넘어 아예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단언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더구나 지금 부산으로선 비록 어렵다고는 해도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는 형편이다.

총력전에는 부산시는 물론 정부와 민간기업까지 한마음으로 나서고 있다. 김 대변인이 속한 정치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엑스포 유치를 위한 해외 교섭활동이 최종 결정일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BIE 회원국들에게 부산 지지를 요청하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공식 해외 출장이 지난 10개월간 50차례가 넘는다. 그 효과가 점점 드러나 이제는 국회의원들의 활동이 BIE 회원국 표심 확보의 주요한 결정 요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남은 석 달 한 줌의 힘이라도 보태야 할 판에 오히려 김 대변인은 해당 발언으로 이런 동료 의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김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민주당도 김 대변인 발언의 파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나아가 차제에 엑스포 부산 유치와 관련해 향후 어떤 입장에 설 것인지 당 차원에서 분명하고 단호하게 밝혀야 한다. 당 원내대변인이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적으로 한 발언을 특정 국회의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엑스포 유치가 부산 재도약과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국민적 염원을 진정 외면할 텐가. 최근 지지율이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유를 민주당은 곰곰이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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