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론’ 대두… 의정 성과·지역 장악력 따라 희비 [PK 총선 일타강의]
18. 시의원 출신 초선들 운명은
전봉민, 산은·부산엑스포 등 현안 주도
정동만, 친윤계 신임·기장선 공약 성과
이주환, 올 상반기 법안 발의 활약 돋봬
백종헌, 중앙무대보다 지역구 관리 매진
지역 사정 밝지만 중앙 활동 미흡 평가
정가 “확실한 무기 없으면 공천 불투명”
21대 부산 총선의 기록 중 하나는 부산시의원 출신 초선 의원을 무려 5명이나 배출했다는 사실이다. 영남을 휩쓴 ‘중진 물갈이’ 바람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직역이 이들 시의원이다. 재선 고지를 앞에 둔 현재 이들에게 ‘시의원 출신’ 꼬리표는 그다지 달갑지 않아 보인다. 지역 내 ‘존재감 없는 초선’ 시선이 있는 데다 공천 국면에서 초선 물갈이론이 대두될 가능성도 있어 이들이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 의정 활동 성과와 지역 장악력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21대 총선을 거쳐 국회에 진출한 부산시의원 출신 현역은 국민의힘 전봉민(수영)·정동만(기장)·이주환(연제)·백종헌(금정) 의원과 무소속 황보승희(중영도) 의원이다. 이 중 황보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머지 4명 중 최근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봉민 의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2030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문제를 선점하고 시당을 이끌며 부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 국회의원 간담회는 물론 최근 산은 부산 이전을 두고 국민의힘 중앙당 지도부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21대 부산시당위원장 중 가장 적극적으로 지역 현안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전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아 사법 리스크도 털어냈다. 다만 윤 대통령 측근인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등의 수영 총선 도전설이 흘러나오는 점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동만 의원은 최근 지역 숙원사업인 도시철도 정관선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을 이끌어낸 데 이어 도시철도 기장선 사업에도 추진력을 붙여가며 공약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친구’인 박성민(울산 중구) 의원과 가깝게 지내면서 친윤(친윤석열)계 신임을 받고 있다. 정 의원은 공천보다는 민주당 후보는 물론 4선 군수 출신으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오규석 전 군수 등과 3파전을 벌여야 할 본선이 더 큰 벽으로 거론된다.
이주환 의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약 3년간 법안 중 11개를 가결시켜 부산 의원 중 제일 많은 법 개정을 이뤄내는 등 의정 활동의 성실함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대표 공약인 황령3터널 건설 사업이 순항하고 있는 점도 지역민들에게 내세울 무기다. 지역 장악력도 상당히 탄탄하다. 다만 공천 ‘리매치’가 예상되는 연제 출신 김희정 전 의원의 재도전을 넘어야 하는 게 숙제다.
백종헌 의원은 당선 이후 중앙 무대보다는 지역구 관리에 집중하면서 굳힌 지역 장악력이 무기로 꼽힌다. 다만 1호 공약으로 3년 내내 심혈을 기울인 침례병원 공공병원화가 아직 지지부진해 ‘정치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점은 부담이다.
4명 모두 풀뿌리 정치인으로 지역 사정에는 밝지만 중앙 무대에서는 두드러진 활약은 못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21대 국회에서도 이들은 주요 당직을 맡지 못했으며 정국 현안 등에서 주목도가 높지 않았다. 이들은 의정 활동에서도 돋보이지 않았다. 국회회의록 빅데이터상 부산 의원들의 지난해 국회 발언 수를 비교·분석한 결과, 시의원 출신 중 백종헌·이주환·전봉민 의원의 한 해 발언 수는 1000회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백 의원의 발언 수는 200회를 밑돌았다. 부산 초선들이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한다는 세간의 평가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지역 일각에서는 일부 초선 의원에 대해 “시의원 때와 똑같이 동네 행사만 전전할 거면 국회의원을 왜 하느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초선 물갈이론이 계속 나온 만큼 시의원 출신 초선들도 여기서 자유롭진 못할 것”이라며 “공약 이행 성과이든, 정책 역량이든, 지역 장악력이든 확실한 무기가 있는 의원과 그렇지 못한 의원 간에 공천 국면에서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