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반달살이 1] 스치듯 다녀갔으면 몰랐을 ‘섬 안의 섬’ 매력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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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찍고 가파도 찍고 우도 찍고…
본섬 포함 유인도 9개·무인도 55개
섬마다 독특한 ‘맛과 멋’ 매력 넘쳐

눈길 닿는 곳마다 그림인 곳이 있다. 제주도가 그렇다.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는 그림 같은 제주 본섬을 배경으로 화장실마저 작품이 된다. 눈길 닿는 곳마다 그림인 곳이 있다. 제주도가 그렇다.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는 그림 같은 제주 본섬을 배경으로 화장실마저 작품이 된다.

누구나 여행 버킷리스트가 있다. 여행을 넘어 생활을 해 보는 ‘한 달살이’는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코로나 봉인이 풀리며 너도나도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때, 외려 국내로 눈을 돌려 본다. 제주도는 ‘한 달살이’ 열풍의 원조다. 그만큼 오래 머무르며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일 터. 목표를 낮춰 ‘반달살이’에 도전해 봤다. 돌·바람·여자가 많은 삼다도(三多島), 대문·거지·도둑이 없다는 삼무도(三無島)에서 어떤 매력을 만나게 될까.


■ 한반도 최남단 이웃, 마라도와 가파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자 곳곳이 세계문화유산인 제주도. 알고 보면 제주에도 섬이 있다. 본섬을 포함해 유인도는 9개, 무인도는 55개나 된다. 섬에서 섬으로의 여행. 보름 동안 머무르며 할 수 있는 괜찮은 여정 중 하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이틀간 현지 적응을 마친 뒤 서귀포시 모슬포 운진항으로 향했다. 운진항 선착장에선 마라도·가파도로 오가는 정기여객선을 운항한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하루에 2곳 모두 방문할 수 있다. 운진항→마라도→운진항→가파도→운진항 순으로 여정을 잡았다.

30분 정도,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로 향하는 뱃길 중간에 가파도를 스친다. 가파도는 수평선과 하나인 듯 납작한 접시를 엎어 놓은 것 같다. 반면, 더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마라도는 표고 차가 있어 또렷하게 다가온다.

마라도 가는 길에 지나치는 가파도. 우리나라 유인도 중 높이가 가장 낮아 수평선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마라도 가는 길에 지나치는 가파도. 우리나라 유인도 중 높이가 가장 낮아 수평선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마라도 남쪽 끝에 세워진 ‘대한민국 최남단비’. 기념촬영을 하려는 이들로 늘 붐빈다. 마라도 남쪽 끝에 세워진 ‘대한민국 최남단비’. 기념촬영을 하려는 이들로 늘 붐빈다.
마라도 정상에 우뚝 솟은 등대. 1915년에 처음 세워졌다. 마라도 정상에 우뚝 솟은 등대. 1915년에 처음 세워졌다.

자리덕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해안의 웅장한 기암절벽을 마주한다. 선착장에서 이어진 계단과 오르막을 오르자 초입부터 마라도 명물인 해물짜장 식당들이 방문객을 유혹한다. 1997년 처음 생긴 원조 짜장면집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다.

식당을 지나 시계 반대방향으로 둘레길을 걸으면 가장 먼저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를 만난다. 제주도답게 교문도 전통 방식(정주석·정낭)이다. 1958년 개교했는데 학생 수가 줄어 2016년부터 휴교 중이다.

교문 턱을 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걸음을 옮긴다. 섬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자 푸른 바다 중간쯤 점점이 하얀 물보라가 인다. 자세히 보니 돌고래 떼다. 백년초 자생지를 지나 이어진 길은 어느새 섬의 남쪽 끝에 다다른다. 예사롭지 않은 모습의 ‘대한민국 최남단비’ 앞은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로 늘 붐빈다.

다시 오르막길을 몇 분 오르면 섬의 최정상이다. 새하얀 마라도 등대가 우뚝 솟았다. 1915년 처음 불을 밝힌 등대로 일부 울타리 돌담 등은 100년 전 그대로다.

해안 둘레길로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이면 족하다. 최남단 사찰·성당·교회도 사이좋게 하나씩 자리해 교인이 아니더라도 들러볼 만하다. 돌아가는 배편을 기다리며 사방을 둘러 보니 눈길 닿는 곳마다 그림이다. 제주 본섬을 배경으로 화장실 건물마저 아름답다.

가파도는 청보리철이 아니어도 코스모스 꽃밭 등을 만날 수 있어 언제 방문해도 괜찮다. 가파도는 청보리철이 아니어도 코스모스 꽃밭 등을 만날 수 있어 언제 방문해도 괜찮다.

가파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앙길. 경사가 평지처럼 완만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가파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앙길. 경사가 평지처럼 완만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가파도 해안에서 바라본 마라도. 가파도에선 마라도가, 마라도에선 가파도가 잘 바라다 보인다. 가파도 해안에서 바라본 마라도. 가파도에선 마라도가, 마라도에선 가파도가 잘 바라다 보인다.

마라도와 가파도를 잇는 배편이 없어 가파도로 가려면 운진항으로 돌아가 다시 배를 타야 한다. 가파도까지 운항 시간은 고작 10분. 면적은 마라도보다 몇 배 넓지만 높이는 우리나라 유인도 중 가장 낮다. 모든 길이 평지 혹은 나지막한 오르막·내리막이라 둘러보기에 부담이 없다.

가파도는 3~5월 청보리 여행지로 널리 알려졌다. 바다둘레길과 올레코스도 좋지만, 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앙길에서도 다양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여러 카페에선 대표 메뉴로 청보리 아이스크림과 청보리 미숫가루를 내어놓는다. 청보리 막걸리·맥주도 본섬에선 만나기 힘든 메뉴다. 새싹보리의 싱그러운 향이 나는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켠 뒤 중앙길을 따라 전망대로 향한다. 소망전망대에 오르면 북으로 본섬과 한라산, 남으로 마라도, 동서로 바다를 두루 조망할 수 있다. 청보리는 없지만 대신 코스모스가 심겨 있어 가을까지 꽃 구경하기에 좋다.

가파도의 명물 청보리가 들어간 미숫가루(왼쪽)와 아이스크림. 가파도의 명물 청보리가 들어간 미숫가루(왼쪽)와 아이스크림.
제주 본섬에서는 만나기 힘든 가파도 청보리막걸리. 싱그러운 청보리향이 느껴진다. 제주 본섬에서는 만나기 힘든 가파도 청보리막걸리. 싱그러운 청보리향이 느껴진다.
가파도 청보리로 만든 세종 맥주(왼쪽)와 페일 에일 맥주. 가파도 청보리로 만든 세종 맥주(왼쪽)와 페일 에일 맥주.

■ 제주 동쪽 끝, 비경 품은 우도

제주 본섬 다음으로 큰 섬 우도는 섬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붐비기에 아침 일찍 성산포항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우도에 다다르는 배편은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2곳. 시간대가 달라 여행 일정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오전 9시 30분(천진항) 배에 올랐는데, 벌써부터 여행객이 한가득이다. 새우깡을 물어가는 갈매기와 10분 남짓 놀다 보면 이내 도착이다.

우도 전체를 두루 돌아보려면 순환버스를 이용하거나 전기차·자전거를 대여해야 한다. 렌터카의 경우 교통약자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배에 실을 수 없다(자차는 가능).

우도는 물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을 닮았다 해서 이름 붙였다 전한다. ‘쇠머리오름’인 우도봉 정상이 우도의 머리다. 우도봉 일대를 탐방하려면 우도올레쉼터에서부턴 걸어야 한다. 탐방로에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사자 머리를 닮은 사자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길을 따라 사자바위에 오르면 맞은편 성산일출봉이 코앞이다. 우도봉 정상까지는 바람의 언덕이라 할 만큼 해풍이 시원하다. 정상을 찍고 내려와서도 거뜬한 이들은 우도등대까지 들러볼 만하다.

우도 도항선에서 새우깡을 펼치면 갈매기가 몰려든다. 우도 도항선에서 새우깡을 펼치면 갈매기가 몰려든다.
우도의 정상인 쇠머리오름. 섬의 이름이 유래한 물소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우도의 정상인 쇠머리오름. 섬의 이름이 유래한 물소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우도봉 가는 길에 만나는 사자 바위. 사자가 성산일출봉(오른쪽)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우도봉 가는 길에 만나는 사자 바위. 사자가 성산일출봉(오른쪽)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순환버스 노선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다음 정거장은, 검은 모래가 인상적인 검멀레 해변이다. 우도 8경 중 하나인 동안경굴(고래굴)과 주간명월(달그리안)을 만날 수 있다. 검멀레 해변에선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카페가 여럿이다. 그중 ‘지미스’는 우도 명물인 ‘땅콩아이스크림’의 원조다. 주인장이 2007년부터 직접 만들기 시작했는데, 가게 내부는 유명인부터 외국인까지 기념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우도 땅콩이 듬뿍 들어가 있어 한 끼 식사처럼 든든하다.

우도의 동쪽 끝엔 작은 섬, 비양도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제주에는 2개의 비양도가 있는데 우도 쪽은 해가 뜨는 동비양, 협재해수욕장 쪽은 해가 지는 서비양으로 불린다. 비양도 끝자락엔 사각으로 쌓아 올린 조선시대 봉수대가 눈길을 끈다. 봉수대에 오르면 비양도의 본섬 격인 우도를 한눈에 조망하기 좋다.

우도는 해수욕장도 매력적이다. 비양도 인근 하고수동해수욕장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향해 백사장이 아늑한 아치를 그린다. 우도 서쪽 산호해수욕장은 동양 유일의 홍조단괴(홍조류가 둥글게 뭉쳐 자란 것)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본섬으로 곧장 돌아가기 아쉽다면 천진항 인근 훈데르트바서파크를 추천한다. 클림트·쉴레와 함께 오스트리아 3대 화가이자 건축가 겸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의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매표소를 비롯해 건물 곳곳의 양파 모양 지붕이 재밌다. 공원 중심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전시관과 우도미술관 건물도 작가 세계를 반영해 온통 나선이어서 동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검은 모래가 인상적인 검멀레 해변. 우도 8경 중 2개를 지녔다. 검은 모래가 인상적인 검멀레 해변. 우도 8경 중 2개를 지녔다.
우도 안의 작은 섬 ‘비양도’ 봉수대에서 바라본 비양도와 멀리 우도 전경 우도 안의 작은 섬 ‘비양도’ 봉수대에서 바라본 비양도와 멀리 우도 전경
우도 동쪽 하고수동해수욕장.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모래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우도 동쪽 하고수동해수욕장.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모래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 제주 반달살이, 준비는 어떻게

장기 여행에선 특히 비용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오래 머무르는 만큼 여행비에 생활비까지 더해져 비용이 불어난다. 경비를 줄이는 팁 중 하나는 미리 준비하기다. 가장 중요한 숙소는 일찍 예약할수록 저렴하다. 숙소 장기 예약을 전문으로 하는 리브애니웨어·삼삼엠투·에어앤비 등 다양한 플랫폼(모바일앱)이 있다. 꼼꼼히 비교하면 비슷한 조건의 저렴한 숙소를 잡을 수 있다.

여행지에서 발이 되어 줄 렌터카도 마찬가지. 특히 성수기엔 렌털비가 뛰기 때문에 장기렌트가 가능한 업체를 찾아 미리 예약해 둘 필요가 있다. 이번 반달살이 준비를 위해 숙소는 7개월 전, 렌터카는 3개월 전에 예약을 완료했다.

비행편도 얼리버드 제도를 활용해 항공사별 가격을 비교해 보자. 가는 편과 오는 편의 가장 저렴한 항공사가 다를 수 있다. 첫날과 마지막 날 일정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제주도 도착 비행기를 저녁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아침 편으로 예약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우도 땅콩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원조 가게는 16년 역사를 지녔다. 우도 땅콩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원조 가게는 16년 역사를 지녔다.
우도 천진항 인근에 들어선 훈데르트바서파크. 양파 모양 지붕과 나선의 건물이 특색 있다. 우도 천진항 인근에 들어선 훈데르트바서파크. 양파 모양 지붕과 나선의 건물이 특색 있다.
훈데르트바서 전시관 내부. 작가 세계를 반영해 내부도 온통 나선으로 꾸며져 있다. 훈데르트바서 전시관 내부. 작가 세계를 반영해 내부도 온통 나선으로 꾸며져 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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