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체육회 갈등에 영호남 25년 우정도 금 갈 판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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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영호남 체육대회 지원 보류
“연이은 행사 준비로 불가” 통보
종목 예산 배정도 체육회 배제
민선 7기 지도부 유지 후 마찰

지난해 통영에서 열린 제25회 영호남 생활체육대회. 통영시체육회 제공 지난해 통영에서 열린 제25회 영호남 생활체육대회. 통영시체육회 제공

민선 8기 출범 이후 불거진 경남 통영시와 시체육회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지방선거 과정에 쌓인 정치적 앙금이 회장 선거, 사무국장 인선을 거치며 증폭돼 사사건건 부닥치고 있다. 최근엔 체육회 예산을 둘러싼 신경전에 20년 넘게 이어온 영호남 체육 교류마저 중단될 위기다. 파행을 거듭하는 체육행정에 지역 체육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영시체육회에 따르면 ‘제26회 영호남 생활체육대회’가 오는 11월 25~26일 열린다. 이 대회는 기후와 생활환경이 엇비슷한 통영시와 전남 여수시가 1998년 자매결연을 계기로 화합과 결속을 다지기 위해 시작한 이벤트다. 이듬해부터 짝수 해는 통영에서 홀수 해는 여수에서 번갈아 개최해 오고 있다. 첫해 5개 종목 250여 명이던 참가 규모도 해를 거듭할수록 커져 지금은 15개 종목 600여 명으로 늘었다. 개최 지역에선 시장이 만찬을 준비해 선수단을 영접하고, 때론 직접 선수로 뛰며 우애를 다졌다.


지난해 통영에서 열린 제25회 영호남 생활체육대회. 통영시체육회 제공 지난해 통영에서 열린 제25회 영호남 생활체육대회. 통영시체육회 제공

그런데 올해, 꼬박 25년을 이어온 소중한 우정에 금이 갈 판이다. 올해는 통영시 선수단이 여수를 방문하는 해다. 여수시체육회는 애초 3~4월 개최를 계획했다가 통영시가 참가예산 지원을 보류하는 바람에 오는 11월로 일정을 늦췄다. 대회를 앞두고 체육회는 본예산에 편성된 3000만 원 집행을 통영시에 요청했다. 그러나 시는 ‘지원 불가’를 통보했다. ‘경남도민체육대회·경남장애인생활체육대회·시민체육대회 등 대규모 체육 행사의 연이은 개최 준비로 참가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체육회 관계자는 “당장 참가 규모 등을 알려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참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시에 예산 지원을 다시 요청했지만 시는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결국 부회장단 긴급회의를 소집한 체육회는 시와 한 번 더 협의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15개 종목단체 의견을 반영해 자부담으로도 참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역 체육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체육계 원로는 “핑계부터 석연찮다. 큰 체육 행사가 많다고 시의회 승인을 거쳐 확정된 예산을 못 주겠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 논리면 도민체전도 거부했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를 두고 민선 8기 들어 계속된 시와 체육회 간의 갈등이 곪아 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작년 연말 치러진 민선 2기 체육회장 선거부터 사무국장 교체 과정에 각종 잡음이 잇따랐다. 현 야당이 집권했던 민선 7기 시절 꾸려진 체육회 지도부가 다시 집권하면서 여당 시장과 마찰이 불가피했다.

특히 시는 지난해 11월, 체육회를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벌여 △시정 3건 △주의 5건 △징계·통보 1건 △320만 원 환수를 통보했다. 이어 체육회가 집행하던 종목별 경기단체 지원 예산을 시가 직접 교부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체육회가 ‘예산 갑질’이라면 반발하자 ‘종목단체 임원 및 읍면동 회장 연석회의’ 때 체육회를 배제하기도 했다.

그리곤 시는 오는 10월 양산시에서 개막하는 제34회 경상남도생활체육축전 참가비와 2023년 시민체육대회 개최 보조금 교부 요청까지 묵살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보조금 교부 대상은 지방체육회가 돼야 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종목단체로 직접 교부하는 것은 법률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민선 8기에서 자행한 체육회 업무 방해와 직권 남용에 관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통영시는 “이견이나 불만이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요구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며 되레 불편한 기색이다. 그러면서 “한산대첩축제와 을지훈련 등 빠듯한 일정 탓에 (체육회의) 예산교부 요청에 빨리 답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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