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SRT 줄인 만큼 수서행 KTX 노선 늘려야”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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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여수·포항 노선 확대 위해
9월 1일부터 경부선 SRT 운행 축소
“아랫돌 빼 윗돌 괴기” 비판 여론
추석 열차 이용객 불편 더할 듯
철도노조 “철도 민영화 연장선”
수서행 KTX 요구·총파업 검토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가 지난 6월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서 부산발 SRT 운행 횟수 축소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가 지난 6월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서 부산발 SRT 운행 횟수 축소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지난 24일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한 철도노조가 내달 총파업을 고심 중이다.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경부선 SRT 운행을 축소하고 진주·여수·포항으로 열차 투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경부선 축소로 인해 추석을 앞두고 부산 시민의 교통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2030 세계박람회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지역 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줄어드는 부산~수서 SRT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수서발 SRT의 진주·여수·포항 구간을 왕복 2회 운행 확대해 운영할 방침이다. 대신 주중 (월∼목요일) 경부선 SRT 운행을 왕복 40회에서 35회로 축소한다. 이로 인해 부산·울산·신경주행 SRT 좌석은 4100여 석 줄어든다. 국토부는 부산발 KTX 왕복 3회 증편, 좌석 할당 비율 상향 조정, 2027년까지 SRT·KTX 도입 시 경부선에 최대한 투입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정부의 SRT 노선 확대 정책으로 경부선 운행이 줄면서 부산지역 피해는 직접적이다. 수서역은 서울역보다 직장이 밀집한 강남권과 판교,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체계가 구축된 잠실역과 가까워 부산으로 출장을 오가는 직장인들이 애용한다. SRT는 KTX보다 가격도 저렴해 평일에도 70% 정도 예약할 정도로 인기다. 당장 오는 추석에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귀성 행렬이 시작되면 예매 대란 등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 불편이 예상된다.

부산~수서를 오가는 열차를 줄여 진주·여수·포항 노선을 확대한 만큼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SRT 신규 완성 차량이 나오는 데까지는 수년이 걸려 사실상 그 기간동안 부산 시민과 SRT 이용객의 피해가 예상된다. 국토부는 SRT 수혜지역을 늘려 표면적으로 국토균형 발전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지역 갈등만 유발하는 셈이다.

게다가 부산은 2030 세계박람회와 가덕신공항 등 국가 사업에 중요한 시기를 맞이한 만큼 지역균형발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경실련은 “가덕신공항의 연계성을 높이고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라도 철도의 기능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 “대안은 수서행 KTX”

철도노조는 지난 28~30일까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 2만 1938명 중 1만 9825명 참여해 1만 2768명이 찬성(64.4%)해 쟁의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1일 확대쟁의 대책위원회를 개최한다. 노조는 준법투쟁의 주된 이유로 철도 민영화 반대를 내세웠다. 노조는 정부가 SRT 경부선을 하루 10편(4100여 석)을 줄이는 '철도 쪼개기'로 SRT 진주·여수·포항 구간 노선을 확대하는 것을, SRT 철도 분할체계를 공고히 유지하기 위한 방식으로 본다.

SRT는 기존 KTX의 독점 체제에서 고속열차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출범했다. 당초 이명박 정부 때 현재의 수서 고속철도 운영권을 민간사업자에게 주기로 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명목으로 SR이 탄생했으나 민영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의 SRT 확대 움직임도 코레일의 공적 역할을 축소하고 하는 등 철도 민영화 정책의 연장선으로 노조는 분석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고속철도 통합과 수서행 KTX 등을 요구한다. 수서행 KTX가 운행되고 고속철도가 통합되면 부산~수서 고속열차 운행을 축소하지 않아도 되고, 진주·여수·포항 구간에도 더 많은 열차를 운행 가능할 것으로 노조는 예상한다. KTX 운임 인하와 좌석 증가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부산시민의 피해가 직접적인 만큼 노조뿐만 아니라 부산시와 시민단체도 정부에 수서행 KTX 운영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철도노조 부산본부 어용수 교육국장은 “SRT 노선 확대를 통해 철도 분할 체계를 공고히하는 것은 민영화로 가기 위한 쪼개기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수서행 KTX를 통해 지역 노선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가면 모든 지역민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의 정부 대책은 언발에 오줌 누기 식”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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