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방학의 진정한 의미
조영인 부산교사노조 집행위원장 승학초 교사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방학도 끝이 났다. 학교의 선생님도, 학생도, 학부모도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맞이해 여러 감정이 들 것이다. 어른들은 모두 학창 시절 방학을 떠올리며 각자의 특별한 기억을 상기하기도 할 것이다.
방학의 한자를 보면 ‘놓을 방(放), 배울 학(學)’이다. ‘배움을 놓는다’, ‘학업을 쉰다’로 해석할 수 있다. 학교를 가지 않으니 학업을 놓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학교 밖에는 더 큰 배움이 있다. 어쩌면 방학은 ‘학교라는 틀을 놓은 배움’,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배움’이 아닐까.
어렸을 때 방학이 되면 시간이 여유로워져 평소 바빠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친구, 가족과 여행을 가는 일, 일가 친척 집을 방문하는 일, 평소 읽지 못했던 책을 읽는 일, 멀어서 가지 못한 새로운 곳에 가보는 일, 오랜 시간을 들여 탐구하는 일 등. 우리가 기억하는 방학은 어쩌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방학의 모습이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뀌듯, 학생들이 경험하는 방학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최근 학생들에게 방학은 오히려 학업에 더 집중하는 시기가 됐다. 학생들은 방학 특강이라는 명목 아래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 대신 학원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학기 중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업에 보내고 있다. 곤충을 잡으러 다니고, 계곡에 가서 수박을 먹고, 시골 할머니 댁 마루에서 쉬던 기억을 지닌 나는 방학을 보내고 온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면 여러 감정이 든다.
방학 전보다 새까매진 피부, 훌쩍 큰 키, 방학 때 무엇을 했는지 신나게 설명하는 몇몇 아이들의 표정은 밝고 환하다. 국어 공부, 수학 공부만이 배움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가족과의 여행도, 어른들과 함께하며 자연스레 배우는 예절도,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물 속에서, 모래 위에서 즐겁게 놀면서 규칙을 지키는 것도 모두 배움이다.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여러 배움들이, 학업과 성적이라는 이름 아래 뒷전이 된 것이 아닐까.
어른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듯 학생들, 아이들에게도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배움이라 여기지 않고 잠시 외면했던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학생들에게 방학에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 가족과의 시간, 행복한 시간을 안겨주고 싶다. 어른이 되었을 때 추억할 수 있는 방학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