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자연에 나를 던진다
■ 임동식 ‘야투몸짓 드로잉-갈대와 수염잇기’
임동식(1945~) 작가의 ‘야투몸짓 드로잉-갈대와 수염잇기’(2022)는 지난 3월에 막을 내린 전시 ‘누구의 이야기’의 커미션 작품으로 제작됐고, 현재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초여름 작품을 의뢰하고 진행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충남 공주에 있는 작가 작업실을 방문했다. 강가에 야트막한 언덕과 옹기종기 나무가 둘러싼 소담한 마을 정취는 작품에서 묻어나는 기운과 닮아 있었다. 작업실 마당에는 고추나 작물을 말려두고 있었다. 미닫이문을 열자 유화물감 냄새가 퍼지는데 그 기름 묵은 냄새에서 성실히 작업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졌다.
세필로 차곡히 밀도를 쌓아 올린 이전 작품과 달리 ‘야투몸짓 드로잉-갈대와 수염잇기’는 갈필과 여백이 시원한 인상을 준다. 작은 풀 한 포기에도 생명력을 담아내려는 겸손한 태도가 작품에 묻어난다.
임동식은 청년 시절 작가로서 당면했던 답답하고 복잡한 생각을 자연에서 ‘몸짓거리’를 통해 벗어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자연에 나를 던진다는 의미의 ‘야투(野投, 1981)’ 활동으로 야외현장미술의 선구적 실천을 제시해 왔다. 자연에 반응하고 교감하는 설치와 퍼포먼스 작업을 하면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예술과 마을’이라는 명칭으로 공주 원골에서 화가와 농민 그리고 미술 행위를 탐구했다.
작가는 2000년대부터 자신이 과거에 행한 퍼포먼스를 회화로 옮기는 작업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일상과 자연의 순환 관계를 표상한다. ‘야투몸짓 드로잉-갈대와 수염 잇기’는 관심의 대상이 자신에서 주변 환경으로 확장되는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상호의존성과 연관성을 깨치게 만든다.
임동식은 “회화로 야외 현장에서 벌인 퍼포먼스를, 슬라이드나 비디오 같은 문명적 기록 매체로는 전달할 수 없는 심리적 상태나 생각을 옮겨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의 의제인 자연·뉴미디어·인간을 담아냄과 동시에 ‘퍼포먼스 기록 매체로서 회화’라는 지점에서 미술관 소장품으로서 특별한 위상을 가진다.
부산현대미술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작가 임동식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가 마련되어 있다. 직접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의 생각에 가닿기를 추천한다.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