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금 발목 ‘서부산 금융공기업고’ 무산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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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5개 금융공기업 논의 중단
1000억 추산 건립 비용 부담 작용
엄궁동에 ‘자율형 공립고 설립’ 선회

부산의 금융공기업 5곳과 부산시교육청이 추진하던 자율형 사립고인 ‘서부산 금융공기업고’ 설립이 무산됐다. 지난 4월 부산 사상구 학장초등 강당에서 열린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토론회’. 부산일보DB 부산의 금융공기업 5곳과 부산시교육청이 추진하던 자율형 사립고인 ‘서부산 금융공기업고’ 설립이 무산됐다. 지난 4월 부산 사상구 학장초등 강당에서 열린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토론회’. 부산일보DB

지역 내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추진되던 자율형 사립고인 '서부산 금융공기업고' 설립이 무산됐다. 학교 설립을 주도하던 부산을 본사로 둔 5개 금융 공기업이 학교 설립 자금 출연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산시교육청은 최근 서부산 지역에 자체 재원과 지자체 재원을 활용해 우수 공립고를 짓는 것으로 학교 설립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이후 시교육청과 5곳의 금융공기업은 학교 설립 관련 논의를 중단했다. 시교육청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은 지난 7월 시교육청, 부산시, 사상구청 등과 양해각서 체결 날짜까지 조율하며 학교 설립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학교 설립의 가장 핵심인 설립 자금 조달 방식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5개 공기업은 토지 매입, 학교 건립 과정 비용으로 1000억 원을 추산했는데 매년 기획재정부로부터 기관 예산과 성과급 책정에 기준이 되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받아야하는 기관 특성상 이 같은 액수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기관 긴축 재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등에서 올해 부동산 경기 악화, 전세 사기 피해 급증으로 인한 역대 규모의 변제액 등으로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설립 논의에 참여했던 한 기관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의 지역 공헌, 우수 학생 유치 측면에서 학교 설립 당위성은 모두가 동의했으나 행정적인 자금 출원 등의 문제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매우 많아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고 설립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시교육청과 시는 자체 재원으로 사상구 엄궁동에 우수 공립 고등학교를 짓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달부터 2개 기관과 사상구청은 관련 논의를 시작했고 사상구청이 토지 매입 비용을 부담하고 학교 설립 비용은 시교육청이 부담하기로 했다. 시는 학교용지가 아닌 예정지의 토지 용도 변경 등 행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금융공기업이 빠지면서 신설 학교의 운영 형태는 자율형 사립고가 아닌 자율형 공립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 상 공립 고등학교도 학교장 전형을 통해 우수 인재 선발이 가능해 신설 학교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역 우수 학생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절차가 제 속도로 진행되면 이르면 2027년 학교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립고인만큼 학교 설립 절차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야한다.

3개 기관은 지역 교육 격차 해소, 지역 내 우수 인재 유치 차원에서 학교 설립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이달 중으로 시, 시교육청, 사상구청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학교 설립을 외부에 공표할 예정이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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