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모기는 살찐다… ‘천고蚊비’의 계절 된 요즘 가을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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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 개체 작년보다 100마리 늘어
출몰 시점 빨라지고 활동기간 길어
기온 상승에 모기 선호 계절로 변화
빈집 많은 원도심 지역 방역 나서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초가을 날씨 속에 여전히 모기 활동은 왕성하다. 예년과 달리 지금 이 시기에 ‘가을 모기’가 기승인 것은 기후 변화에 따라 무더운 여름보다 가을 날씨가 모기 활동에 적합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보건환경연구원 9개 기관의 11개 지점에서 34주 차(8월 21~27일)에 채집된 모기 개체 수는 모두 825마리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해당 수치는 지난해 34주 차(8월 22~28일) 모기 개체 수 739마리에 비해 100마리가량 늘어난 것이다.

모기는 기온에 맞춰 몸의 체온이 바뀌는 변온 동물이다. 평균 기온이 올라갈수록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특징을 지닌다. 통상 모기에게 가장 적정 기온은 26~27도 정도라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가을 모기’가 나타난 배경도 기온과 관련 있다. 여름철 기온이 너무 올라갈 경우 모기의 신진대사가 과도하게 높아져 오히려 수명이 줄어든다. 모기도 일종의 더위를 먹는 셈이다. 여름 모기들은 하수도, 터널 등 서늘한 곳에서 ‘여름잠’을 자는데, 이 때문에 정작 여름에 모기를 찾기 쉽지 않다.

올해의 경우 기록적인 폭우도 모기 개체 수에 영향을 미쳤다. 장기간 장마가 이어지자, 모기 산란 장소가 되는 물이 범람하면서 알과 유충이 휩쓸려 모기 개체 수가 줄었다.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던 지난 7~8월에 모기를 보기 힘들었던 이유다.

반면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오히려 온화한 가을이 모기가 선호하는 계절로 바뀌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표한 ‘한반도 100년 기후변화 보고서’를 보면, 1912~2017년까지 10년마다 가을 기온은 0.16도씩 상승했다. 이달 부산 기온은 21~29도를 오가며 모기가 활동하기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기온 상승에 따라 모기가 활동하는 기간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월 말인 43주 차에 모기가 포획되기도 했다.

‘모기 박사’로 불리는 고신대 이동규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2012년에는 모기가 처음 포획된 시기가 4월 17일이었지만 올해는 3월 23일에 모기가 포획됐다. 거의 한 달 가까이 모기 출몰 시기가 일러진 셈”이라며 “기온이 상승하면서 9, 10월이 돼서도 모기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들의 단잠을 깨우는 모기에 지자체들도 자체 방역에 나서고 있다. 중구청은 2021년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매해 여름마다 신속 모기 방역 서비스 ‘바로콜’을 운영하고 있다. 방역에 투입되는 인원만 30명이다. 동구청도 올해부터 ‘모기콜’을 운영하면서 신속한 모기방역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원도심은 빈집이 많은 탓에 모기 서식지가 곳곳에 있다”며 “모기 민원이 평상시에도 많아 이런 신속 방역 서비스가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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