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눈·귀 호강하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장르 애매한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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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끌리는 개봉작이 없는 극장가에서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이하 ‘더 골든 아워’)가 예매율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15일 오전 11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의 실시간 예매율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봉한 ‘더 골든 아워’는 예매점유율 12.6%를 기록하며 지난 6일 개봉한 ‘잠’(17.6%)에 이어 예매율 2위에 올라 있습니다. ‘더 골든 아워’를 단독 개봉한 CGV에서는 예매율이 28.8%로, ‘잠’(10.0%)을 크게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아이유의 열혈 팬은 아니지만 히트곡들은 좋아하는 기자가 아이맥스(IMAX)로 ‘더 골든 아워’를 관람해봤습니다. 콘서트를 영화관에서 봤을 때 과연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더 골든 아워’와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베니스유령 살인 사건’은 탐정 ‘포와로’ 시리즈 3편입니다. 이 시리즈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탄탄한 각본으로 유명합니다. 기자는 추리 영화를 좋아해 전작 두 편 모두 봤는데, 이번 작품은 ‘호러’에 중점을 둔 탓에 기존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콘서트 실황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와 추리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CJ CGV·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콘서트 실황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와 추리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CJ CGV·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콘서트 감동 느낄 수 있는 ‘더 골든 아워’…팬 아니어도 ‘이건 봐야 해’

인기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갈 때마다 아쉬웠던 점이 있습니다. 앞쪽 좌석을 예매하지 못했다면 가수를 멀리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얼굴 표정을 보고 싶어 자꾸만 무대 옆 스크린에 눈이 갑니다. 그렇다고 가수의 얼굴을 ‘대포 카메라’로 클로즈업한 ‘직캠’ 영상을 유튜브로 보자니 음향이 도저히 들어줄 수준이 못 됩니다.

이런 단점을 모두 잡은 것이 극장에서 상영하는 콘서트 실황 영화입니다. 사실 기자는 콘서트 영화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더 골든 아워’에는 관심이 갔습니다. 아이유를 ‘덕질’(한 분야나 인물에 푹 빠지는 것)하는 팬은 아니지만 히트곡 대부분은 익숙하고, 취향에 맞는 곡도 많습니다. 아이맥스 기준 2만 4000원에 아이유 콘서트를 간접 체험해보는 건 메리트가 있어 보였습니다.

‘더 골든 아워’는 2022년 9월 17·18일 이틀간 개최한 아이유의 콘서트 ‘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를 극장 버전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이 공연으로 아이유는 한국 여자 가수 최초로 올림픽 주경기장 입성 기록을 세웠습니다. 공연 실황 영화가 아이맥스 포맷으로 개봉한 것도 국내 최초입니다.

기자는 ‘더 골든 아워’를 아이맥스 포맷으로 감상할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고출력 스피커로 듣는 아이유의 라이브 공연은 티켓값을 전혀 아깝지 않게 합니다. 다시 밝히지만 기자는 아이유의 열성 팬은 아닙니다. 유튜브 등에서 공연 ‘직캠’ 영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더 골든 아워’ 세트리스트(공연 노래 목록) 중 5~6곡 정도는 처음 들어봤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아이유의 라이브 실력과 노래가 워낙 좋아 영화에 푹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음반을 틀어 놓은 듯 정확한 음정과 박자는 기본이고, 탄탄한 발성과 쭉 뻗어나가는 고음에서 청량감이 느껴집니다. 더운 날씨에 힘들어하면서도 정교하고 흐트러짐 없는 호흡으로 스무 곡이 넘는 노래를 소화하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는 음향은 현장감을 배가합니다.

라이브 공연은 확실히 음반과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팬들이 돈을 내고 콘서트장을 찾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 골든 아워’에서도 허스키와 청아함이 공존하는 아이유 특유의 목소리가 한층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자유자재로 펼치는 애드리브와 변주도 감상 포인트입니다. 팬들과 소통하는 멘트에서는 아이유가 아티스트로서 팬들을 대하는 태도가 보입니다.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CJ CGV 제공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CJ CGV 제공

‘더 골든 아워’는 총 4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1·2부는 비교적 밝고 신나는 노래들로 채웠는데, 기자는 서정적인 분위기의 3부가 가장 좋았습니다. 아이유 곡 중 기자가 ‘최애’(가장 사랑하는)하는 ‘밤편지’를 팬들과 함께 부르면서 그려진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날’ ‘금요일에 만나요’ ‘팔레트’ 등 많은 사랑을 받은 곡들도 라이브로 접하니 색다른 느낌입니다. 그동안 후렴구만 익숙했던 히트곡들의 숨겨진 매력도 재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목을 몰랐던 몇몇 곡들이 기억에 남아 영화가 끝난 뒤 다시 찾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CJ CGV 제공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CJ CGV 제공

영화는 ‘귀 호강’은 물론 ‘눈 호강’도 선사했습니다. 콘서트장 전체를 보여주는 익스트림 와이드샷부터 아이유의 얼굴을 잔뜩 클로즈업한 화면까지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까지도 선명히 보입니다.

무대 위 아이유의 모습은 매력이 넘쳤습니다.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가 찰떡 같이 어울렸는데, 아이유의 팬이라면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겠습니다. 팬이 아니어도 ‘입덕’(어떤 분야나 사람을 열성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함)을 하게 만들 수준입니다.

열기구와 드론을 동원한 무대 연출도 눈길을 끕니다.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댄서들의 군무는 무대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밴드 세션과 관현악단의 연주 역시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습니다.

‘더 골든 아워’는 구성도 알찹니다. 170분 동안 25곡의 라이브 공연이 이어집니다. 팬이 아닌 입장에서 다소 길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보는 내내 힐링이 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자는 팬이 아니라고 연신 강조했지만, 이 영화를 계기로 아이유에게 ‘입덕’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습니다.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이것은 추리영화인가 호러영화인가…

추리소설의 대모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2017)은 탐정 ‘포와로’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2022년 개봉한 ‘나일강의 죽음’도 그럭저럭 괜찮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시리즈는 품격과 강단을 갖춘 탐정 ‘에르큘 포와로’(캐네스 브래너) 캐릭터와 원작 소설 기반의 탄탄한 시나리오, 그리고 빼어난 영상미가 특징입니다.

지난 13일 개봉한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포와로 시리즈 3편입니다. 역시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인 ‘핼러윈 파티’를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는 1947년 이탈리아 수상도시 베니스(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은퇴한 포와로는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행복한 여생을 보내려 합니다. 자신을 찾아오는 의뢰인들을 매정할 정도로 무시하고 여유 있는 삶을 만끽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자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인 올리버(티나 페이)가 그를 찾아옵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부를 수 있다며 최근 유명인이 된 영매 레이놀즈(양쯔충)의 속임수를 함께 알아내자는 겁니다. 호기심이 생긴 포와로는 핼러윈데이에 올리버와 함께 망자를 부르는 의식인 교령회가 열리는 저택을 찾아갑니다.

레이놀즈에게 교령회를 의뢰한 사람은 유명 오페라 가수였던 로웨나 드레이크(켈리 레일리)였습니다. 드레이크의 딸은 1년 전 저택 발코니에서 운하로 떨어져 익사했습니다. 드레이크는 과거 고아원이었던 저택에 아직 원혼들이 살고 있고, 이들이 딸을 죽게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조수와 함께 저택에 도착한 레이놀즈는 드레이크의 딸과 관련한 사적인 정보를 꿰고 있는가 하면, 초자연적인 현상들까지 선보이며 주변을 놀라게 합니다. 명탐정 포와로는 몇몇 속임수를 알아채고 레이놀즈가 가짜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레이놀즈는 빙의된 듯 드레이크 딸과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동요하는 교령회 참관자들을 향해 자신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스산한 분위기의 저택에서 펼쳐지는 추리극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영상미가 돋보이던 전작들과 달리 호러 요소로 긴장감을 안기는 작품입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포와로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연속으로 펼쳐지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 것처럼 보입니다.

포와로를 당황케 하는 첫 번째 사건은 주요 인물의 사망입니다. 극 초반부터 살해 정황이 뚜렷해 보이는 사건이 발생하고, 포와로는 ‘범인은 이 안에 있다’며 저택 문을 걸어 잠급니다.

한 공간에 용의자들을 가두고 범인을 찾는 ‘밀실 추리극’ 콘셉트는 여느 탐정 영화와 다를 바 없습니다. 관건은 추리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또 결론이 얼마나 설득력 있고 충격적인가 입니다.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런 면에서 ‘포와로 시리즈’ 전작들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혹평을 한 관객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전개 과정이 지루하고, 긴장감이 떨어지며, 마무리를 급하게 짓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빼어난 영상미와 배우들의 호연이 시리즈 명맥을 이어가게 했습니다.

전작들을 향한 비판을 의식한 듯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호러에 가까운 스릴러 장르로 변신했습니다. 극 초반에 담긴 베니스 풍경에선 시리즈 특유의 영상미가 돋보이지만, 핼러윈 데이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냉정한 탐정인 포와로는 저택에서 자꾸 헛것을 듣고, 좀처럼 범인을 찾지 못합니다. 그러나 작은 단서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마침내 포와로는 매서운 추리로 범인을 지목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깁니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끌고 가는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덕에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전작들처럼 ‘지루하다’는 비판은 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 역시 아쉬운 점들이 보입니다. 우선 추리 영화 마니아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는 반응입니다. 또한, 뚜렷한 물증이 없는데도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이 큰 저항 없이 범행을 시인하는 점이 맥빠집니다.

논리적 사고가 중요한 탐정 영화에 귀신이 등장하는 것에도 거부감이 듭니다. 특히 기자처럼 호러 영화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은 귀신이 튀어나오는 장면에서 불쾌감이 들 수 있습니다. 포와로가 결정적 단서를 찾는 과정 등 중요한 대목에 귀신이 개입하는 것도 조금은 황당합니다. 추리 영화라는 장르 본연의 재미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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