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투자는 곧 내면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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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일 하이투자증권 디지털마케팅부 과장

에드워드 호퍼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에서 열렸다. 호퍼는 도시인의 일상과 정서를 독자적인 시각으로 표현한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다. 그는 미국 뉴욕주 허드슨강의 항구도시 나이액에서 태어났는데 전시 초입의 작품 ‘계단’은 호퍼가 나고 자란 집의 계단을 묘사하고 있다. 호퍼의 집 안 계단에서 내려다보이는 현관 건너편에는 허드슨강으로 향하는 도로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작품 속 문밖으로 보이는 장면은 길이 아닌 어두운 숲이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집 내부와는 대조적으로 현관 밖은 작가의 과거 기억이나 내면을 그린 것처럼 쉽게 헤아릴 수 없는 영역으로 보인다. 실제로 호퍼는 “모든 예술의 큰 부분이 잠재의식의 표현이기 때문에 작품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은 무의식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도 자신의 내면을 다루는 일이다.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자의 가장 큰 문제이자 제일 위험한 적은 자기 자신이다”고 했다. 인간은 의사결정을 할 때 이성과 합리성보다 감정과 경험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눈에 쉽게 들어오는 투자정보들의 선명함과는 다르게 정작 투자에서 중요한 의사결정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투자하는 마음’의 저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제임스 몬티어 역시 투자자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나아가 자기가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보다 나은 투자과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투자를 돌이켜보며 어떤 마음이 작용했는지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활용하는 것도 성과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호퍼 부부는 매년 여름과 초겨울을 케이프코드에서 보내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했다. 케이프코드는 길게 펼쳐진 해안선이 있는 작은 마을로 도시를 벗어나 작업에 집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난간에 걸터앉은 젊은 여인에게서 인생을 당당하게 마주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면 나이 든 여인은 상대적으로 고요한 인상을 준다. 두 여인의 대비는 시간에 대한 고찰을 생각하게끔 한다. 작품을 한참 응시하다 보니 보이는 것들에 집중하며 자칫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던 젊은 날과는 달리 경험을 거듭하며 내면을 기록하고 고민함으로써 한층 단단해지고 여유로워진 어느 투자자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함께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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