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단식 장기화·통계 조작 공방, 더 꼬이는 정국
여야 사이 적개심만 팽배해져
희망 꺾는 정치는 되지 말아야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지만 정치권이 돌아가는 상황은 오히려 위태롭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과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등 갈등 사안이 끊이지 않으면서 여야 간 긴장은 날로 고조되는 모습이다. 야권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총력 투쟁’을 선포하고, 여권은 그에 대해 “반국가 행위”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한다. 정치판이 마치 무한대결의 전쟁터가 된 것 같은 분위기다. 여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고 문재인 정부의 국가통계 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국은 더욱 꼬이고 있다. 이 와중에 산업은행법 개정 같은 현안은 내팽개쳐지고 있으니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16일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윤석열 정권의 전면 국정쇄신과 함께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는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명분이기도 하다. 당 소속 의원들이 비상총회까지 열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인데, 이 대표로선 단식을 통해 ‘사법 리스크’로 흔들리던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또 단식이 19일째 이어지면서 그 진정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환기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단식 장기화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는 형편이다. 이 대표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치권이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과 소득, 고용 등 주요 국가통계 작성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조작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려 22명의 전 정부 고위직 인사에 대해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거기엔 문 정부 당시 청와대 참모들과 국토교통부 장관, 통계청장이 포함됐다. 사실이라면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국가통계는 객관적 국가 정책 입안을 위한 핵심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야권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감사원이 오히려 감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쌍방의 극렬한 공방에 정국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는 정치는 사라지고 상대방을 향한 적개심과 투쟁의지만 남아 있는 듯하다. 진영 사이 펼쳐지는 사생결단의 대결은 국정에 시급한 현안과 민감한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형해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여야 없이 정치권은 한시라도 빨리 정상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단식 지속 여부와 관련해 제1 야당 당수로서 막중한 책무를 되돌아봐야 하며, 수사당국은 불편부당의 엄정한 수사로 국가통계 조작의 진위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불안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신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희망을 꺾는 정치는 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