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재직 태부족, 비상근무 시달리는 지자체 공무원
부산의 16개 구군 방재안전직 0.32%
기상재해 일상화 전문 인력 양성 시급
극한 기후 등으로 인한 재해가 일상화하고 있다. 폭염 폭우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의 계절적 경계도 허물어졌다. 주말 부산 울산 경남에는 가을철 이례적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과 17일 사이 부산 금정구 최고 191.5㎜를 비롯해 곳곳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온천천에서는 갑자기 불어난 물로 80대 노인이 고립됐다가 구조됐고 낙석과 토사 유출, 침수로 인해 시내 곳곳의 도로가 통제됐으며 비 피해 신고도 잇따랐다. 호우경보에 따라 지자체 공무원들은 주말도 쉬지 못 하고 비상근무에 나서야 했다. 올해는 잦은 기상재해로 비상근무가 반복되면서 공무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부산시청 공무원의 비상근무 횟수는 모두 29회다. 지난해 9회에 비해 3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극한 호우 등으로 인한 경보 발령이 잦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재해에 대한 지자체의 대응 능력이 강조되다 보니 비상근무 강도는 더 높아지는 실정이다. 초량지하차도나 오송지하차도 사고와 같이 인명 피해 발생 시 공무원의 법적 책임까지 묻는 상황이어서 일단 부르고 보자 식 비상근무가 일상이 된 현실이다. 대체 휴무도 어려워 피로는 각자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기상재해는 갈수록 강도를 더해 가는데 공무원의 동원과 희생만 강요하는 시스템으로 언제까지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로 2013년 방재안전직렬을 신설하고 2014년부터 임용했다. 그러나 이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는 안전과 관련한 전문성 강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면서도 정작 이를 담당하는 전문 직렬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올해 9월 기준 부산의 16개 구군 방재안전직 공무원 정원은 41명이다. 이들 지자체 전체 공무원 정원의 0.32%에 불과한 수치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한 명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열악한 근무 환경인데 권한은 없고 책임만 따르다 보니 기피 보직이 돼 충원도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극한 기후가 일상이 되는 등 재난 양상은 변하는데 행정 시스템은 여전히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재해에 대한 전문적 대응을 위해 전문 직렬을 만들고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재해 유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지역마다 다양해져 전문 인력에 대한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는데 시스템은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체계로는 지자체의 재해 대응 전문성을 키울 수도, 전문 인력을 확충할 수도 없다. 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의 반복도 결국 이런 시스템적 취약성 때문에 발생한다. 지자체의 재해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인력 체계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