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버린 얼굴 피부이식 필요… 치료비 지원 ‘막막’
동구 목욕탕 화재 부상 경찰관
시간 지나며 안면화상 더 악화
성형수술 등은 공적 지원 안 돼
경찰청장 “기존 법·제도 개선”
지난 1일 발생한 부산 동구 목욕탕 화재에서 부상을 입은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상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초 경상으로 알려진 여성 경찰은 화상 정도가 심해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고, 중상을 입은 소방관들은 생명이 위협받는 수준까지 악화됐다가 가까스로 회복 중이다.
17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목욕탕 화재로 부상을 입은 경찰관은 동부경찰서 소속 3명이다. 현재 1명은 퇴원했으며 2명은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신혼 한 달 차에 들어선 30대 여경, 형사과 소속 김 모 경사의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
김 경사는 화재 당시 전봇대 뒤에 있어 큰 피해를 면했던 나머지 경찰관들과 달리 화염을 정면으로 맞았다. 시간이 경과되면서 피부로 넓게 번지는 화상의 특성상, 처음 경상으로 보고됐던 부상은 2~3일 만에 더욱 심각해졌고, 얼굴과 손까지 2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현재 김 경사는 매일 피부를 벗겨내는 수술을 받고 있다. 최근 가까스로 얼굴 붕대를 풀기는 했지만, 성형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화염으로 붙어버린 손가락에 대한 수술과 치료도 모르핀 주사를 맞아가며 병행 중이다.
소방관들의 부상도 여전히 심각하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목욕탕 폭발 사고 당시 다친 소방관 10명 중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특히 50대 가장인 부산항만소방서 강 모 지휘조사계장의 부상 정도가 심각하다. 그는 얼굴과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었다가 현재 피부 이식 수술을 받고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여전히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
50대인 수정안전센터 서 모 팀장 역시 얼굴에 2도 화상과 안와골절 등을 입었다. 서 팀장은 치료를 위해 안과수술과 피부 이식 등 수술을 받았다. 위독한 상황은 넘겨 현재는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이외에도 경상자 8명 중 3명은 입원 치료 중이며 5명은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을 입은 경찰관과 소방관은 당장 회복이 관건이지만, 치료비도 걱정이다. 공무 중 사고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치료비는 지원이 이뤄지지만, 성형수술이나 화상 연고, 간병비 등은 정부 지원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찰과 소방이 최대한의 지원 방안을 찾고 있으며 동료들의 모금 활동도 진행 중이다.
부산진소방서와 부산항만소방서는 자체 모금을 통해 각각 500만 원가량의 성금을 모았다. 소방은 부상 정도에 따라 성금을 차등 분배할 예정이다. 또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치료비 전액을 지원 중이며, 법령에 따라 특별위로금을 산정, 지급할 예정이다.
경찰은 전국 경찰서 직장협의회에서 지난 8일부터 모금을 진행해 3500만 원가량이 모였다. 경무계와 형사과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모금액을 합치면 경찰 동료들 성금만 5000만 원이 모인 셈이다. 이외에도 근무 중 다친 동료 경찰관을 돕는 전국 단위 모임인 이제아픈동료를위하여(이아동) 역시 지난 8일 피해 경찰관 3명에게 1인당 300만 원씩 위로금을 전달했다. 지난 15일에는 윤희근 경찰청장이 부산을 찾아 다친 경찰관을 위로하고 “공무집행 중 다친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치료비를 부담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부처와 협의해 기존 법과 제도적 제약 요소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