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낚시] 지금 남해 밤바다는 은빛 갈치로 '출렁'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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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 좋은 갈치가 올라오는 요즘 남해는 핫시즌
텐빈 채비에 조과 좋아…캐스팅하면 큰 놈 물어

삼지가 훌쩍 넘는 준수한 씨알의 갈치를 낚은 김선관 부산광역시낚시협회장. 삼지가 훌쩍 넘는 준수한 씨알의 갈치를 낚은 김선관 부산광역시낚시협회장.
바다위에 신기루처럼 펼쳐진 집어등. 모두 갈치를 잡는 배다. 이색적인 풍경은 밤낚시의 또 다른 매력이다. 바다위에 신기루처럼 펼쳐진 집어등. 모두 갈치를 잡는 배다. 이색적인 풍경은 밤낚시의 또 다른 매력이다.

끊임없는 입질과, 끊임없이 올라오는 갈치들. 금세 잡아내고 또 잡아내는 장면을 보면 바다는 물 반 고기 반일 것 같고, 당장이라도 달려가면 아이스박스를 채울 것 같다. 그러나 늦어도 오후 6시께 낚시를 시작해서 새벽 3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나는 게 선상 낚시다. 무려 9시간 이상의 중노동인데, 영상 화면이 어느 때고 지속된다면 35리터 아이스박스는 차고 넘쳐날 것이다. 아쉽게도 그럴 일은 드물다.

부산광역시낚시협회(회장 김선관)의 2023년 제5차 이사회 겸 임원단합 낚시대회에 옵저버로 참가했다. 행사의 가장 큰 내용이 '낚시대회'라 고수들 사이에서 좋은 체험을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마침 며칠째 오락가락 내리던 비도 소강상태가 꽤 오래돼 여러모로 조건이 맞았다.


부산광역시낚시협회 이사회를 겸한 낚시대회. 부산광역시낚시협회 이사회를 겸한 낚시대회.

1년 만의 갈치 선상 낚시

김선관 부산시낚시협회장과 출항 장소인 진해항으로 향했다. 김 회장이 "이 기자 공부 좀 해 왔습니까?"라고 물었다. 사실 낚시는 그냥 미끼만 내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신종 조법이 생기고, 유행하는 스타일이 있다. 솔직히 많이 공부하지는 않았다. 유튜브 몇 편을 봤는데, 채비 공부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갈치 선상낚시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이번에는 분류하자면 갈치 지깅에 속한다. 채비는 다양하다. 금속으로 된 루어 메탈을 쓰는 일반 지깅, 작은 물고기 모양 금속 머리에 꽁치 등 생미끼를 가는 철사로 감아 갈치를 낚는 '텐야' 낚시. 그리고 편대(텐빈)을 이용해 가지 채비에 바늘을 연결하는 텐빈 낚시가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니 선장이 주의 사항을 공지했다. 텐빈으로만 하라는 것이었다. 텐야는 별도의 추가 없이 미끼 자체 무게로 내리는데, 수심 60m 정도를 내리면 조류에 떠밀려 옆 사람의 채비를 걸기가 일쑤라는 것. 그래서 텐빈 추의 무게도 40호(150g) 내외로 조류 세기에 따라 통일해서 쓰라고 했다.

낚시 가방에 메탈 루어를 잔뜩 넣어 왔는데 써 보지도 못하게 생겼다. 번호표와 동일한 번호가 적힌 선실에서 2시간을 누워서 가니 오늘의 낚시 장소인 매물도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 갈치 낚시는 원도권과 내만권으로 낚는 장소에 따라 구분하는데 '준 내만권'이라는 희한한 말이 생겼다. 내만과 원도권의 중간 지역인 곳으로 보면 된다.


매물도 인근 해역에 도착에 낚시를 준비 중인 이승호 부산시낚시협회 사무국장. 매물도 인근 해역에 도착에 낚시를 준비 중인 이승호 부산시낚시협회 사무국장.

수심은 70m '입질층'은?

현장에 도착한 배가 집어등을 밝혔다. 가까운 거리에는 갈치 낚싯배가 없었다. 풍닻을 놓자 배가 자리를 잡는다. 풍닻은 갈치 선상낚싯배 필수 장비다. 배가 조류나 파도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니 집어된 어군 위에 오래 머물 수 있다.

선장이 안내 방송을 했다. "수심은 70m입니다. 65m까지 채비를 내려 천천히 감아올리세요. 입질이 오면 바로 챔질하지 말고 천천히 감으면서 갈치가 완전히 미끼를 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절대 먼저 챔질하지 마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입질을 받은 조사가 있다. 낚시협회 감사 박성일 세무사의 부인이다. 박 감사는 '박셈'이라는 닉네임으로 주로 루어를 전문으로 하는 낚시인 사이에는 유명인사다. 박 감사의 부인은 스피닝릴 장비로 낚시를 했는데 수심 60m에서 한참 릴을 돌려 준수한 씨알의 갈치를 걸어냈다. 이후로도 연속 '히트'를 외치더니 팔이 아프다며 '즐거운 비명'이다.

드디어 기자의 낚싯대에도 입질이 왔다. 전동릴의 수심이 50m에 도달하자 투둑투둑 미끼를 건드리는 갈치의 입질이 시작된다. 선장의 지침에 충실히 따르기 위해 완전한 입질이 있을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감아 들였다. 수심 40m에 달하자 드디어 초릿대를 훅 가져가는 강한 입질이 왔다. 크게 챔질했다.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입가에 웃음이 절로 핀다.


첫 입질을 받아낸 박성일 회계감사의 부인. 첫 입질을 받아낸 박성일 회계감사의 부인.

낚시협회 박성일 회계감사도 부인에 이어 갈치를 낚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낚시협회 박성일 회계감사도 부인에 이어 갈치를 낚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처음 시작은 좋았지만

삼지(손가락 세 개) 크기라고 불러도 좋을 준수한 씨알이었다. 낚은 갈치를 집게로 집은 뒤 바늘을 빼야 하는데 몸통을 집고 있으니 거칠게 반항한다. 옆에 있던 월간 바다낚시 오계원 발행인이 갈치 대가리를 잡으라고 알려주었다. 또 비늘을 보존하려면 갈치 대가리를 뒤로 꺾어 '신경 시메'를 하면 좋다고 했다. 갈치의 이빨은 칼처럼 날카로워 자칫 잘못하면 손가락이 다칠 수 있다. 오죽하면 갈치낚시 필수 장비로 일회용 밴드를 언급하는 사람도 있을까.

갈치 서너 마리를 아이스박스에 가지런히 뉘였다. 예감이 좋았다. 아직 입질조차 받지 못한 이들이 있었는데 이때 상황을 눈치챘어야 했지만, 초반의 조과가 너무 좋아 성취감에 도취해 있어 올바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없었다.

해가 지면서 바다는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을 남겼다. 이내 어둠이 오고 뱃전은 집어등으로 화끈할 정도로 밝아졌다. 생각보다 파도가 있어 몸이 균형을 잡느라 멀미 기운도 살짝 있다. 도시락을 먹는다. 오 발행인은 한때 진해 선상낚시의 최대 장점이 진수성찬으로 차려 나오는 '만찬'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낚시 문화가 많이 바뀌면서 어느 배나 다 도시락이라며 아쉬워했다.

밥을 먹자마자 다시 바닥까지 내렸다가 채비를 올리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입질이 없다. 조바심에 몇 번 헛챔질하고 나니 자신감도 떨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텐야 채비로 낚시한 오계원 월간 바다낚시 발행인. 처음부터 끝까지 텐야 채비로 낚시한 오계원 월간 바다낚시 발행인.

결국 풍닻을 걷었다

갈치 한 마리 잡기 전에는 식사하지 않겠다던 김 회장도 은빛 갈치를 낚아냈고, 오랜 조력을 가진 이창우 전 부산낚시연합회 회장도 곧잘 잡았다. 특히 이 회장 삼치와 '시장 고등어'(대물 고등어) 연거푸 잡았다. 이 회장은 며칠 전 낚시에서도 삼치를 서른 마리 이상 잡아 더는 욕심나지 않는다며 주변에 나눠주었다. 고등어 몇 마리를 얻어 아이스박스에 챙겼다.

박 감사도 첫수를 올린 뒤 시동을 걸었고, 오 발행인은 오직 텐야만 사용해 씨알 좋은 갈치를 올렸다. 그러나 연속 입질이 부족했다. 다들 적극성이 떨어진다. 선장은 '왜 이렇게 고기를 못 잡으시나?'는 듯이 뱃머리에 올라가더니 멀리 캐스팅해서 '1타 1마리'로 연거푸 갈치를 낚는다. 약이 살짝 올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니 "최대한 던질 수 있을 만큼 멀리 던져라"고 했다. 문제는 캐스팅 채비를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 베이트릴(장구통형) 낚싯대만 챙겨왔기에 캐스팅 해서 낚시하기란 어려웠다. 다행히 스피닝릴은 여유로 가져온 게 있어 베이트릴 대에 장착했지만 영 모양이 나오지 않을뿐더러 손잡이가 거꾸로여서 나중에 손목이 아팠다.

대부분의 사람이 입질이 없자 음료를 마시거나 선실에 들어가 쉬는 사람도 생겼다. 선장이 사무장과 함께 풍닻을 걷었다. 10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


갈치는 물론 대삼치를 잡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이창우 전 부산낚시연합회장. 갈치는 물론 대삼치를 잡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이창우 전 부산낚시연합회장.

두 번의 자리 옮김

30분 이상을 이동해 두 번째 자리에 도착했지만, 작은 삼치 몇 마리만 올라왔다. 삼치라고는 하지만 고등어 크기를 살짝 넘어선 어린 삼치 '고시'다. 대상어가 갈치이지만 뭐든 올라오니 지겹지는 않았다.

몇 시간을 소강상태였다. 자정이 지났다. 습관적으로 채비를 내리고, 전동릴 자동 감기를 실현했다. 천천히 채비는 올라왔지만, 만족할 만한 입질은 없다. 기계처럼 움직인다. 몇몇 조사들은 아예 선실로 들어간다. 선장이 배가 포인트를 벗어났다면서 채비를 올리라고 했다. 세 번째 자리로 갔다. 멀리 집어등을 밝힌 배들이 밤바다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세 번째 자리를 잡자 조금씩 입질이 들어온다. 캐스팅하던 김 회장이 계속 갈치 입질을 받아낸다. 씨알은 큰 놈도 있고 작은놈도 있다. 아무래도 멀리 채비를 던져 발아래로 가져오는 방식이 조과가 좋다. 우선 미끼의 유혹성이 강하다. 그리고 갈치를 포집하는 영역이 넓다. 버티컬로 바로 채비를 내리는 방식은 이제 효능을 다한 것인가. 다시 캐스팅 채비로 바꿔 보았지만, 수심을 가늠할 아무런 장치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나중에 복기해 보니 40호 추를 쓴다면 15초면 30m를 내려간다는 공식도 있다. 기력과 체력,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기대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김 회장은 갈치 선상낚시가 1년 만이라면서도 막판에 감을 잡아 아이스박스를 채워간다.

보통 새벽 3시에 복귀하는데 이날은 조과가 신통찮아서인지 새벽 4시까지 시간을 주었다. 날이 훤히 밝아서야 집에 와서 그래도 조과를 확인하니 은빛 번뜩이는 갈치가 탐스럽다. 장비를 정돈하며, 다음으로 미뤄진 만선을 꿈꾼다.


갈치 루어 채비의 하나인 텐야. 갈치 루어 채비의 하나인 텐야.
낚시 텐빈 채비에 쓰는 꽁치 미끼. 낚시 텐빈 채비에 쓰는 꽁치 미끼.

▲갈치의 먹이 습성

갈치 지깅을 주로 하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쳐올려라'라는 것이다. 이른바 쳐올리기 조법이다.

갈치가 어느 수심층에서 유영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 그래서 바닥 가까이 최대로 깊은 수심까지 채비를 내렸다가 미끼를 쳐올리면서 꽁치가 살아있는 먹이로 보이게 한다.

갈치는 잘 알다시피 서서 헤엄친다. 머리를 빳빳하게 치키고 꼬리는 바닥 쪽으로 해서 아래에서 위로 먹이활동을 한다. 갈치가 먹이 물고기를 공격하는 방법은 제일 처음 날카로운 이빨로 작은 물고기를 강하게 치고 빠지는 전법.

포식자들은 아무리 먹이라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개체를 바로 잡기란 쉽지 않기에 발달한 본능적인 사냥법이다. 먹이가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면 재차 공격해 충분하게 입에 삼킬 정도가 되었을 때 꿀꺽한다. 그래서 아래에서 위로 계속해서 채비를 쳐올리는 것이다.


이날 기자가 밤새 잡은 조과. 이날 기자가 밤새 잡은 조과.

첫 입질이 온 수심층을 잘 기억했다가 다음엔 그 수심층의 2~3m 아래까지 채비를 내렸다 쳐올리기를 반복하면 된다. 이것이 좀 더 빠른 사이클로 입질을 받는 방법이다. 그렇기에 수심이 표시되는 릴이 조금 편하다. 오색 합사를 쓰면 수심 측정이 가능해 일반 베이트릴이나 스피닝릴도 문제 없다.

이날 선장은 액션을 너무 과도하지 않게 하라고 말했다. 무늬오징어나 한치를 낚을 때처럼 낚싯대를 사시나무처럼 떨게 하거나 과도한 액션을 주면 갈치가 싫어한단다. 많이 낚아본 사람의 주장이니 맞는 말이겠다.

갈치는 국민 생선의 하나. 남해 갈치 선상낚시 시즌은 9월부터 겨울까지 계속된다. 뱃삯은 진해의 경우 내만 10만 원 내외. 원도권은 12만 원 내외다. 여수 등지에서 바늘 여러 개가 달린 외줄 갈치 배낚시는 1일 2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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