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 사용 차별화로 ‘부산판 블록체인 생태계’ 청사진
BDX 설립·블록체인 부산 구상
디지털자산거래소가 핵심 인프라
각종 산업 블록체인 기반과 연계
1000억 이상 혁신펀드 조성 추진
방향성 잡았지만 구체성 떨어져
부산시가 21일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BDX) 설립 추진 방안’과 더불어 부산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 청사진인 ‘Target(타깃) 2026 블록체인 부산’ 구상을 함께 공개했다. 두 개의 청사진이 같은 날 함께 공개된 것은 BDX 설립이 단순히 거래소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산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 그림의 일부분인 동시에 핵심 인프라라는 방증이다.
■다양한 블록체인 사업 유기적 결합
BDX의 주요 거래대상은 실물자산을 기초로 한 토큰이다. 금과 같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자산은 물론 상품권이나 공연티켓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자산도 토큰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부산시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기존 가상자산은 사실상 법정통화로 환전을 해야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하지만, 해당 토큰은 시스템만 제대로 갖춘다면 실생활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BDX에서 휘발유 토큰을 구매한 후 이를 중앙서버가 아닌 개인지갑으로 옮겨옴으로써 실제 주유소에서 토큰으로 주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부산은 이미 수년간의 블록체인 특구사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유통(해양물류 플랫폼 구축)이나 관광(스마트투어 플랫폼 구축) 분야 등 많은 산업 부문에서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 사업들을 BDX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 ‘Target 2026 블록체인 부산’ 구상의 골자다.
■부산 블록체인 생태계 새 그림 완성
이처럼 BDX가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와는 달리 실생활 사용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가 필수조건이다. 이에 부산시와 BDX설립추진위는 ‘Target 2026 블록체인 부산’ 계획을 통해 부산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그림을 새로 그렸다.
우선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부산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민간펀드 ‘부산 블록체인 혁신펀드(BBF)' 조성을 추진한다. 규모는 10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한다. 또한 블록체인 기업 100개 사를 ‘얼라이언스’로 묶어 부산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의 첨병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기업에게는 규제 혁신, 자금 조달 등 다양한 지원을 ‘당근’으로 제공한다.
궁극적으로는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글로벌 혁신 특구’로 승격시키기 위해 글로벌 수준의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 받는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부산시의 최종 목표다.
■3회째 맞는 BWB도 대대적 개편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도 이상의 큰 그림에 맞춰 그 성격이 크게 바뀐다. 지금까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블록체인 행사를 지향했다면, 올해부터는 블록체인 리더들의 포럼으로 탈바꿈한다. 오는 11월 9~10일 양일간 열릴 행사 역시, 이러한 취지에 맞춰 벡스코에서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볼룸으로 행사장소도 바뀐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BDX 추진 계획과 ‘Target 2026 블록체인 부산’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주제가 집중된다. BDX의 사업자가 선정되는 대로 사업자로부터 구체적인 BDX 운영 계획을 듣는 자리도 마련하고, 지역화폐 ‘동백전’과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깊은 탐구의 장도 준비된다. 그 외 블록체인 기업 100개 사의 연합체인 ‘부산 블록체인 얼라이언스’의 명단도 이날 공개될 예정이다.
■“사업 구체성 여전히 부족” 지적도
이번 일련의 발표가 미래 부산 블록체인 생태계의 큰 그림을 새로 그리고 그간 지지부진하던 BDX의 방향성을 정립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구체성이 모호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BDX의 경우 여전히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실제로 어떤 상품들이 초기에 토큰화될 것이며, 어떻게 실생활에서 이용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의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이날 발표를 통해 BDX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 등을 알게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향후 선정될 최종사업자에게 그 짐을 미룬 듯한 느낌”이라며 “지금껏 기다렸는데, 또다시 11월 BWB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