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손님인 척 잠복한 경찰, 피해자 두 번 농락한 피싱 수거책 검거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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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대환대출 미끼로 수천만 원 가로채
소지품서 주사기 등 나와 마약 투약도 적발

울산 남부경찰서 전경.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 남부경찰서 전경. 울산경찰청 제공

같은 피해자에게 두 차례나 돈을 가로채려던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사기 혐의 등으로 40대 A 씨를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19일 낮 12시 30분께 한 여성이 울먹이며 남구 옥동지구대를 방문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전날인 18일 오후 1시께 B 씨에게 전화해 기존 대출을 더 좋은 조건으로 바꿔주는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 대신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며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 그러고는 수거책을 보내 B 씨에게서 현금 3000만 원을 가로채 유유히 사라졌다.

뒤늦게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B 씨가 지구대를 찾아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당시 B 씨가 경찰에 생활고를 호소하던 사이 다시 모르는 번호로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같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한 번 더 범행하려고 B 씨에게 또 전화해 현금을 요구한 것이다.

경찰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B 씨에게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도록 유도하며 보이스피싱 조직을 상대로 전날 만났던 장소에서 현금을 추가로 전달하기로 약속했다.

갑자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우선 사복 경찰관 여러 명이 피싱범과 피해자의 접선 장소에 배치돼 잠복 근무에 들어갔다. 경찰관들은 미용실 손님인 척 상황을 주시하거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차량 등에서 대기하며 용의자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잠시 후 피해자가 약속 장소 부근에 도착하자 수상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현금을 가로챈 범인과 같은 조직에서 수거책으로 활동하는 A 씨였다.

피해자는 약속한 대로 수거책 A 씨에게 현금을 건넸고, 이 모습을 확인한 경찰은 곧바로 현장을 덮쳐 A 씨에게 수갑을 채웠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 씨 말투가 어눌하고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보고 소지품을 수색해 주사기 등을 발견, 추궁 끝에 마약 투약 사실도 밝혀냈다. 이후 A 씨는 소변 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B 씨는 아직 피싱 피해금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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