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 투표’ 배신자 색출 나선 민주, 깊어지는 계파 갈등
지도부 “해당 행위 상응 조치할 것”
당론 없는 자유 투표 후 징계 추진
당 게시판 ‘공개 표명’ 징계 요구 글
비명계 “독재로 가는 길” 강력 비판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변수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 ‘배신자 색출’이 본격화되면서 계파 갈등이 깊어졌다.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은 가결 투표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징계 방침을 밝혔다. 비명계에선 가결파 색출에 대해 “비루하고 야만적”이라며 “독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서은숙 최고위원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가결 투표는 명백한 해당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가결 투표를 했다라고 밝힌 의원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특히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에 “자율투표는 아니었다”면서 “당론으로 의결하지는 않았지만 당론에 준하는 결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국회의원 권한을 갖고 한 행위라도 해당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20일 의원총회 당시 발표와 다르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의총 직후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자유투표 방침을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최고위원회는 당론으로 정하지 않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이를 고려해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의총에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론 없는 자유투표라고 의견을 모았던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 가결 결과가 나오자 징계가 추진되는 모습이다.
징계 주장은 강성 친명계인 현 지도부가 이끌고 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그동안 발언, 그리고 당에 해를 끼치는 행위, 이런 여러 가지에 대해서 절차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 놓고 민주당 모두가 잘못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잘못은 잘못한 사람이 잘못한 것”이라며 “옥석은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당원 청원 게시판에는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이상민, 김종민, 이원욱, 설훈, 조응천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이 청원은 동의자가 1만 8000명을 넘겼다. ‘배신자 색출’ 열풍이 불자 친명계 의원들 가운데는 부결 투결을 한 사진을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결 입증’에 나서는 의원도 있다.
반면 비명계에선 색출과 징계 움직임에 대해 강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은 25일 최고위원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부결투표) 자기 증명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송 최고위원은 “비루하고 야만적인 고백과 심판은 우리 당에 대한 기대와 믿음마저 날려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가결파 색출 관련 질문에 “자신과 다른 주장은 진압하고 타도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탈선하는 것”이라며 “독재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방탄 프레임을 깨고 우리 당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기 위한 정치적 행동을 해당 행위라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 내부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 구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영장심사에서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를 적극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변호인단은 ‘검찰의 위법 수사’를 주장하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오전 시작되는 영장심사에는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법원의 결정은 이날 밤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10시간 6분을 넘어 최장시간 영장심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백현동 개발특혜 및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동기부터 실제 이행 과정까지 사사건건 첨예한 설전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서도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의 관계, 이 대표의 개입 여부 등이 다툼의 대상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