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거리공연 관람객 2~3명뿐… 치솟는 물가에 관광객도 상인도 한숨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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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보다 여행 경비가 갑절”
숙박료 크게 올라 관광객 줄어
“가격 올려도 매출은 되레 감소”
재룟값 올라 자영업자 시름

지난 26일 오후 9시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지만 백사장 일대는 텅텅 빈 모습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 지난 26일 오후 9시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지만 백사장 일대는 텅텅 빈 모습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

추석부터 개천절까지 6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부산 자영업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상인들은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지만 고물가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 추석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높은 재룟값 상승률도 상인들의 시름을 더한다.

지난 26일 오후 9시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지만 백사장 일대는 텅텅 빈 모습이었다. 황금연휴를 앞두고 관광객이나 지역 주민으로 붐빌 법도 하지만 평소 사람과 자동차로 가득했던 해안가 인근 도로는 한산한 편이었다. 백사장에서 진행되는 거리공연을 관람하는 시민도 2~3명에 불과했다. 광안리 바다를 볼 수 있는 인기 술집도 빈자리가 반 넘게 남아 썰렁한 분위기였다.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최근 크게 상승한 물가 탓에 부산을 찾는 발걸음이 뜸해진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직장 동료들과 부산을 찾은 이 모(26) 씨는 “2년 전 부산에 왔을 때 게스트하우스에서 3만 원에 하루를 묵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는데 숙박비로 4만 5000원을 내야 했다”며 “국밥도 2년 전에는 7000원에 먹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1만 원으로 올랐다. 부산이라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해산물과 건어물은 마찬가지로 비쌌다”고 말했다.

통계청과 동남지방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1.91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지난 7월 상승률(2.6%)과 비교해도 0.8%포인트(P) 뛰었다. 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이후 2%대로 안정되다 다시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통계청은 폭염·폭우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달 콘도 이용료, 호텔 숙박료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9.5%, 6.9% 올랐다. 콘도, 호텔 숙박료 상승률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4%)의 2.8배, 2배에 달했다.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 평택시에서 부산으로 여행을 온 최 모(24) 씨는 “2년 전엔 광안리 호텔에서 20만 원에 잘 수 있었는데 올해는 38만 원을 내고 묵었다”며 “식비 등도 모두 올라 2박 3일 일정에 120만 원 이상 썼다. 2년 전 같은 일정에 70만 원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여행 경비가 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다음 연휴에는 부산 말고 해외 등 다른 곳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든다는 걸 알지만 재룟값마저 오른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서 4년째 28평 전골집을 운영하는 임명옥(64) 씨는 “지난해에 비해 원가 비율이 30%에서 40%로 올랐다. 대파의 경우 도매로 구매하더라도 2000원 하던 것이 4000원으로 오른 상황”이라며 “순매출이 코로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20%가량 떨어졌다”고 밝혔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서 14년째 소고깃집을 운영하는 배정식(58) 씨 역시 “소고기 원가가 최근 30%가량 올라 부득이하게 가격을 1인분에 1000원 올렸다. 그런데도 1인분 가격 7900원 중 원가만 3500원”이라며 “코로나 이전인 4년 전에는 성수기 매출이 한 달에 1400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1000만 원 정도로 30%가량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배 씨는 “기대했던 코로나 이후 바캉스 특수도 태풍과 집중 호우 때문에 누리지 못했다. 황금연휴마저 고물가가 덮치는 바람에 웃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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