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삶과 동떨어진 일로 그만 싸우고 물가부터 잡았으면…”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 뒤 추석 민심
상인 “정쟁 일삼는 정치권에 울화”
직장인 “나라가 둘로 쪼개져 걱정”
취준생 “청년 먹거리부터 신경을”
대학생 “피부 와닿는 이슈는 묻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추석 차례상 민심도 요동친다. 구속영장 기각의 적절성을 두고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지만, 치솟는 물가와 침체된 내수 경기로 허리띠를 졸라맨 서민들은 끝 모를 정쟁에 한숨만 내쉰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이날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 모(62) 씨는 “추석 전날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정상이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제수용품을 둘러보다 가격을 듣고는 지갑을 닫아 버리는 손님이 많다”며 “정치권 소식은 듣고 싶지 않아서 최근에는 가게의 TV나 라디오를 아예 꺼 둔다. 물가 잡기와 내수 활성화에 ‘올인’해도 모자랄 사람들이 정쟁만 일삼는 걸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 모(36·부산진구) 씨는 “비단 이번 이재명 대표의 영장기각뿐만이 아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처럼 서민들이 잘 먹고 잘사는 데 하나도 도움되지 않는 일들로 서로 물고 뜯는 걸 보면 자연스레 ‘정치 혐오증’이 생길 지경”이라며 “여당과 야당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지만, 대다수 국민이 보기에는 여야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역 청년들도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취준생 전형서(26·금정구) 씨는 “부산에서 일하고 싶은 취준생 입장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처럼 청년 먹거리와 지역 발전 이슈가 가장 중요한데, 정작 이런 목소리는 맨 뒤로 밀리는 것 같아 불만이 많다”며 “정부와 정당의 본업인 민생 챙기기에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정 모(26·동래구) 씨는 “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모든 이목이 쏠렸지만 사실 국민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이슈는 아닌 것 같다”며 “대학생 취업난부터 강력범죄 등 테이블 위에 올려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은데 다른 중요한 과제가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성근(62·북구) 씨는 “요즘은 뉴스만 틀었다 하면 누군가 압수수색을 당했다거나 수사기관에 붙잡혔다는 좋지 않은 이야기만 들리는 것 같다”며 “민족 명절인 추석이 끝나면 정치인들이 그만 좀 싸우고 기름값이나 잡아서 서민을 챙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직장인 김성운(40·연제구) 씨는 “이번 영장 기각은 야당 대표인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선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라 생각해 이견은 없다”면서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쪽에선 대통령이 군인들과 함께 기념행사를 하고, 다른 한쪽에선 제1야당 대표가 단식 투쟁을 하며 구치소를 드나드는 모습을 보니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지지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 시민들도 있었다. 주부 강 모(55·수영구) 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의 정치적 표적 수사가 법원의 합리적 판단에 의해 제동이 걸려 다행”이라며 “2년간 야당 대표를 괴롭혔지만 제대로 된 혐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탄로 났다. 이제라도 이 대표가 민생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놔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자 안 모(61) 씨는 “사법과 정치는 완전히 별개의 영역인데도 불필요한 단식 등 정치의 논리를 끌어들여 물타기를 했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올바르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