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미응시 수험생 8년 만에 최다
수능 지원자 5.3%가 수학 안 쳐
수시 일부 과목 ‘최저등급’ 영향
학원가 “수포자, 다른 영역 집중”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 과목에 응시하지 않는 학생 비율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학 입학 전형에서 수시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고 수학을 응시하지 않아도 되는 전형이 늘어나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수험생을 이르는 말)’가 대거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4학년도 수능 지원자 현황’에 따르면 수능 응시 지원자(50만 4588명) 중 수학을 치르지 않는 수험생은 5.3%(2만 6505명)였다. 지난해 수능(4.2%)보다 1.1%포인트 높은 수치다. 2016학년도 수학 미응시자가 6.4%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올해 국어와 영어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각각 0.6%(3267명), 1.2%(6086명)였다.
수학에 응시하지 않는 수험생이 늘어난 것은 4년제 대학들이 대부분 수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 상당수가 수시 전형에서 수능 전체 과목이 아닌 2~3개 과목에서 일정 등급을 넘기는 수능최저등급 기준을 적용해 수험생들이 전략적으로 비교적 까다로운 수학을 아예 포기한다는 것이다.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78.8%가 수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수도권 대학들은 정시 모집으로 40% 이상을 선발하지만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정시 모집 비율이 현저히 낮고 수시 전형이 학생 선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종로학원 임성호대표는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 대학 수시 전형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시험 준비가 부담스러운 수학을 빼고 영어, 탐구영역 등에 집중해 수능최저등급 기준을 맞추려 하는 것이 추세다”고 말했다.
한편 문과·이과 통합수능이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면서 ‘이과 수학’으로 불리는 미적분·기하 선택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수능에선 미적분 선택자가 49.2%, 기하 선택자가 4.1%로 수학 응시 학생의 절반을 넘어섰다.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수험생 비율은 1994년 수능 도입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최상위권에서 ‘의대 쏠림’이 심해지고 통상적으로 난도가 높은 미적분·기하를 선택하는 것이 과목별 환산점수인 표준점수를 받는 데 유리해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분석한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