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주담대 2년만 ‘최대폭’
고금리에도 꺾일 기미 없어
당국·은행 매주 회의
은행들 속속 추가 대책
연령 제한·대출금리 인상 등
고금리 시대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일 기미가 없는 모습이다. 사진은 부산 재건축 ‘최대어’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전경. 정종회 기자 jjh@
고금리 시대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일 기미가 없다. 특히 주택경기 회복 전망에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약 2년 전과 비슷한 속도로 급증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은행들과 매주 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억제 방안을 논의하고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 3294억 원으로 8월 말(680조 8120억 원)보다 1조 5174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다.
특히 같은 기간 주담대가 2조 8591억 원 불었는데, 해당 증가 폭은 2021년 10월(3조 7989억 원) 이후 가장 컸다. 당시 주담대 변동·고정금리가 3~4%대로 현재보다 최대 3%포인트(P)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증가세는 이례적이다.
10월 들어서도 5일까지 5대 은행에서 가계대출은 1조 1412억 원 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4245억 원 증가했고, 지난달 1조 762억 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다시 7364억 원 반등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은행권 관계자들은 거의 매주 비공개 가계대출 점검 회의를 열고 대출 추이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다주택자·집단·생활안정자금 대출 등 위험 요소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은행들도 속속 추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13일부터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만 34세 이하’에만 내주기로 결정했다. 당국의 공식 규제 지침 발표(9월 13일)에 앞서 KB국민은행은 일찌감치 지난달 1일부터 50년 만기 상품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과정에서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해 한도를 줄여왔다. 하지만 더 확실하게 50년 만기 상품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연령 제한 규제를 추가로 적용하고 나섰다.
신한은행과 수협은행, 카카오뱅크 등도 앞서 8월 하순부터 50년 만기 상품에 같은 연령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4일부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 대출상품의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줄였다.
인위적인 대출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은행들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수요 억제 차원에서 가산금리 확대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좀 더 올리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대출금리 조정 등을 통한 대출 물량 관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할 경우 실수요 대출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6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000∼6.471% 수준으로, 8월 말(연 3.830∼6.250%)과 비교해 불과 약 한 달 사이 상단이 0.221%P나 뛰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