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배우와 영화 보며 밤새 술… BIFF가 선사한 ‘영화 같은 순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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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주도 ‘커뮤니티비프’ 이어져
‘킬링 로맨스’ 노래 극장서 흥얼
개봉 20주년 맞은 ‘장화, 홍련’ 등
팬이 상영회 만들고 영화인 초대

봉준호 감독 직접 ‘기생충’ 해설도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 ‘장화, 홍련 개봉 20주년 - 언니가 거기서 왜 나와?에 참석한 임수정 배우와 김지운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 ‘장화, 홍련 개봉 20주년 - 언니가 거기서 왜 나와?에 참석한 임수정 배우와 김지운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감독과 배우가 감회에 젖었다. 20년 전 세상에 내놓은 영화 이야기가 시작됐다. 스크린 앞에서 노래를 흥얼거릴 기회도 있었다. 심지어 관객과 영화인들이 곁에서 술을 마시며 작품을 감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도 개성 넘치는 다양한 행사로 관객을 만났다.

BIFF는 지난 6~9일 중구 남포동 롯데시네마, 동광동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관객이 주도하는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올해는 장편 29편과 단편 31편 등 영화 60편을 상영했고, 관객이 상상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실현했다.


어느새 20주년, 전설이 된 공포영화

“영화 세 번 이상 보신 분!”. 중구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 2관을 찾은 관객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개봉한 지 20년이 된 ‘장화, 홍련’ 팬들은 건재했다.

BIFF는 지난 8일 오후 8시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 ‘장화, 홍련 개봉 20주년 - 언니가 거기서 왜 나와?’로 관객을 만났다. 영화를 상영한 뒤 김지운 감독과 임수정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관객이 기획하고 제안하는 ‘리퀘스트 시네마’로 열린 자리였다.

지난 8일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에 참석한 임수정 배우와 김지운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지난 8일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에 참석한 임수정 배우와 김지운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감독과 배우, 관객들은 짧은 추모 시간부터 가졌다. 외조모상으로 참석하지 못한 문근영 배우와 같은 마음이 됐다. 임수정 배우는 “‘장화, 홍련’ 촬영 현장에서 문근영 배우 할머니께서 모두를 많이 챙겨주셨다”며 “그때 모습들이 생각이 나 마음이 안 좋았지만, 할머니께서 오늘 ‘관객과의 대화’를 잘 마무리하길 바라실 것”이라 했다.

영화 ‘장화, 홍련’의 제작 계기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나왔다. 김 감독은 “어릴 적부터 아름답고 슬픈 공포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원작 자체에 슬픈 사연과 아름다운 순간이 있어 각색 제의를 받았을 때 꿈을 이룰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에 참석한 임수정 배우. 황예찬 인턴기자 지난 8일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에 참석한 임수정 배우. 황예찬 인턴기자
지난 8일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에 참석한 김지운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지난 8일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에 참석한 김지운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장화, 홍련’에 등장한 강렬한 벽지와 색감, 고풍스러운 소품 등은 공포영화 미장센(화면구성)의 표본으로 거론된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 인물의 기억을 명징하게 되살리려면 공간이 강렬해야 했다”며 “영화에서 미술의 중요성과 미술감독의 역할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 작품의 주제, 영화의 무드, 인물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미술이라는 점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당시 신인배우였던 임수정은 역할에 부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렇게 큰 영화를 이끄는 역할은 처음이라 계속 울었다”며 “염정아 언니가 감독님께 ‘여기 귀신이 나온다. 어떤 여자가 계속 운다’고 말했다는데 그게 저였다”고 웃었다.


영화와 함께한 ‘술과 노래’

밤새 술을 마시며 영화를 연이어 보는 ‘취생몽사’도 관객을 만났다. 지난 9일 오전 3시 20분께 중구 동광동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야외 공간.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상영이 끝나자 하명미 감독과 김혜나·임새벽 배우 곁으로 관객이 모였다. 캠핑용 의자에 앉아있던 관객들은 방금 끝난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고, 배우들과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

지난 9일 중구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상영한 ‘그녀의 취미생활’에서 김혜나 배우가 나오는 장면. 이우영 기자 지난 9일 중구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상영한 ‘그녀의 취미생활’에서 김혜나 배우가 나오는 장면. 이우영 기자

김혜나 배우는 <부산일보>에 “밤 10시에 자는 편인데 감독님 전화를 받고 나왔다”며 “제가 출연한 영화를 관객 곁에서 술을 마시며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웃었다. 그는 “늦은 시간에 다들 집중해서 보시고 마지막에 박수까지 쳐주셔서 깜짝 놀랐다”며 “영화에 너무 몰입하시는 걸 보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옆에 있던 한 관객도 “이런 게 영화 같은 순간인 듯하다”고 밝혔다.

올해 ‘취생몽사’는 지난 8일 오후 10시부터 9일 오전 5시까지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그녀의 취미생활’ ‘넘버 3’ 등 3개 영화를 연이어 선보였다. 관객 50여 명은 BIFF가 준비한 막걸리와 맥주, 어묵과 오징어 등을 곁들이며 영화를 봤다. 마지막 ‘넘버 3’ 상영을 앞두고는 이 작품을 제작한 김인수 전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이 관객에게 영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9일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야외 공간에서 영화 ‘넘버3’ 상영을 앞둔 ‘취생몽사’ 현장. 이우영 기자 지난 9일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야외 공간에서 영화 ‘넘버3’ 상영을 앞둔 ‘취생몽사’ 현장. 이우영 기자

지난 6일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에서는 관객들이 어둠 속에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리퀘스트 시네마’로 열린 ‘킬링 로맨스는 죽지않아’에 참석해 영화 ‘킬링 로맨스’를 보며 “지기지기지기지기징, 빰빰빰”이 가사인 노래를 조심스레 따라 불렀다. 관객은 19만 명에 그쳐도 팬덤이 두터운 이 영화가 끝나자 공명·배유람 배우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배유람은 “BIFF에서 ‘킬링 로맨스’를 상영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웃으며 “감독님이 ‘지기지기징’ 부분을 부를 때 진지하게 방향을 제시했다”는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올해 ‘리퀘스트 시네마’는 ‘헤어질 결심’ ‘봄날은 간다’ 등을 다룬 21개 프로젝트가 관객을 만났다. 커뮤니티비프를 대표하는 ‘마스터톡’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장면을 실시간으로 해설했다. 남포동 비프광장 야외무대에서는 영화 ‘오발탄’과 ‘어른 김장하’ 등 12편을 무료로 상영했다고, 인근에서는 영화 제작 체험 행사 등이 펼쳐졌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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