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알란 라우 감독 “빼앗긴 자유 언젠가 되찾을 것”
‘먼지가 되느니 재가 되리’로 초청
홍콩 시위 현장 1000시간 촬영
폭력 진압에 피 흘리는 시민 담아
“관찰자 시선 유지 너무 힘들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초청된 ‘먼지가 되느니 재가 되리’는 2019년 있었던 홍콩시민혁명을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언론인 출신인 알란 라우(Alan Lau) 감독은 홍콩이 겪은 격동의 시간을 정면으로 비춘다. 10일 오전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분장실에서 만난 알란 라우 감독은 “민주주의와 자유가 보장됐던 홍콩은 지금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정부에게 빼앗겼다”며 “이 작품을 촬영한 뒤 여러 이유로 영국으로 이주해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알란 라우 감독은 ‘범죄인 인도 법안’이 촉발한 홍콩 자유화 시위의 한가운데에서 카메라를 켰다. 거리로 나선 시위대의 모습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감독은 “어제 영화 상영 후 관객과 대화를 했는데 많은 분이 용기 있고 좋은 질문을 해줬다”며 “젊은 분들도 관심을 갖고 함께 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제작 과정이 힘들었다”며 “현장에서 언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점을 계속해서 고민했고, 객관성과 주관성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감독은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시위는 1년 반 동안 계속됐고, 그렇게 촬영한 분량만 1000시간이 넘는다. 감독은 촬영을 마친 뒤 영국행을 결정했다. 그는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며 “홍콩에 계속 있으면 관련 자료와 촬영본을 빼앗길 것 같아서 이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에도 계속할지 멈춰야 할지를 줄곧 고민했다”며 “내 인생과 목숨을 걸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관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언론인으로서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해야 했어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생겼죠. 폭력적인 순간에 그들을 도울 수 없어 너무 힘들었는데, 만약 지금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저는 그들을 도울 겁니다.”
인터뷰 내내 차분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답을 이어가던 감독은 “민주주의는 굉장히 부러지기 쉽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면 합법이지만, 이제 홍콩은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나는 홍콩으로 돌아가면 체포될 수 있는 상황이라 마음 한편에 항상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저는 홍콩에서 나고 자랐어요. 예전엔 안정과 번영이 자랑스러운 나의 고향이였죠. 이제 홍콩은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나라가 되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자유를 회복할 거란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