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금난' 부산 제조업에는 '그림의 떡' 정책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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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7곳 “이용 경험 아예 없다”
제도 개혁으로 경제 안전판 돼야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지역 제조업체의 돈줄이 말라 가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 251개 사를 대상으로 자금조달 실태를 조사한 결과, 68.5%는 지난해보다 자금 사정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21.9%는 오히려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까다로워진 대출 심사와 지원 요건 강화로 금융권의 문턱이 높아지고, 정책자금을 통한 긴급 수혈마저도 쉽지 않다는 불만이다. 특히, 응답자 대다수가 금리 인상과 대출 한도 하향 조정, 보증한도 축소 등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 환경이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됐다고 한다. 가뜩이나 취약한 산업 구조에서 지역 경제의 시름이 깊어져 한숨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기업에 필수적인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자금은 실효성이 당초 기대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다. 응답 기업 10곳 중 7곳은 정부나 부산시를 비롯한 지원기관의 정책자금을 이용한 경험이 아예 없다고 조사됐다. 또, 92.5%는 필요 자금을 은행권에서 조달하고, 정책자금을 통한 조달 비중은 6.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오죽했으면 정책자금 실효성이 낮고(48.4%), 지원 요건이 미달하며(18.9%), 이용 절차가 복잡하다(10.7%)면서 ‘그림의 떡’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생색내기에만 열심인 정부와 부산시의 탁상공론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고금리·고물가·고부채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확전 조짐까지 보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위기라고 하소연한다. 가뜩이나 대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탓으로 기업들이 하나같이 자금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이로 인해 일부는 심각한 경영난에 부닥쳐 있다. 기업 부실로 인한 지역 경기 침체 악순환에 빠질 위험성마저 큰 상황이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원부자재 구매와 재투자 등 정책자금이 적시에 투입되어야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돈줄이 마른 지역 기업들이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정책자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책자금은 기업 자금 수혈의 안전판이자,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지역 제조업체는 지역 경제의 근간이다. 일자리 제공과 부가가치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건전한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정책금융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실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예산 확충과 만기 연장, 이자 보전, 대출 용도 유연화 등 제도 개혁과 함께 이용 문턱을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정부와 지자체의 경제 활성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정책금융 제도 개선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맞춤형 정책금융 제도가 벼랑에 서 있는 지역 제조업체의 발판 역할을 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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