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영화와 인생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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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작가의 그림책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 중 한 장면. 오늘책 제공 지미 작가의 그림책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 중 한 장면. 오늘책 제공

‘세상에 영화가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나는 상상조차 안 된다.’

대만 작가 지미의 그림책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오늘책)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글이다. 지미 작가는 2005년 봄 책으로 사랑하는 영화에 경의를 표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아빠와 영화를 보러 갔다. 아빠는 자신들을 떠난 엄마가 영화를 좋아했고, 언젠가 영화관에서 엄마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주인공은 아빠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영화는 놀랍고 신비로웠다. 영화를 보며 친구를 만났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했다. 기쁠 때도 영화를 봤고 슬플 때도 영화를 봤다. 영화는 굴곡진 주인공의 인생을 따뜻하게 위로해 줬다. 영화관은 주인공에게 있어 삶의 소중한 공간이었다(그림).

세월이 흘러 주인공은 나이가 든 아빠와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리고 그는 어두운 영화관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바로 엄마 냄새였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세 가지 색:레드’ ‘중경삼림’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 ‘원더풀 라이프’… 그림책에 등장하는 실제 영화의 이름들이다. 수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우리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내가 사는 삶’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인생의 답을 찾기도 한다.

100개의 컷으로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낸 중 25번 컷 '너희는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하겠지'. 사계절 제공 100개의 컷으로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낸 중 25번 컷 '너희는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하겠지'. 사계절 제공

하이케 팔러가 쓰고 발레리오 비달리가 그린 <100 인생 그림책>(사계절)은 0세부터 100세까지의 인생이 담긴 그림책이다.

유모차 속 아기를 바라보는 부모의 뒷모습으로 시작해 먼 여행을 떠나는 나비까지. 살면서 마주하는 순간들이 100개의 컷으로 그려져 있다. 그 내용들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때도 있고, 너무 소소하고 일상적이라 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30-행복이란 상대적이라는 걸 배웠지?’ ‘55-큰 것들을 제대로 알아보려면 새로운 각도에서 보아야 해’처럼 때론 삶의 지혜도 알려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각각의 컷이 마치 영화의 장면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오늘 하루가 ‘영화 같은 인생’의 한 장면이 될 수 있겠구나.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린다. 다른 세상을 만나고, 다른 인생을 배우고, 우리를 위로한 영화들이 있어 행복했다. 두 권의 그림책으로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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