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증원 폭 ‘예의주시’… 이공계 ‘의대 쏠림’ 심화 우려
‘지역 의사 양성이 핵심’ 전망 지배적
지역대학, 정원 분배 두고 ‘신경전’ 예고
보건의료계, 의사 인력 확충 지속 요구
최상위권, 재수 염두 상향 지원 가능성
한의대·약대·수의대 경쟁률 하락할 듯
정부가 의대 증원을 고심하는 데는 열악한 지역 의료 인프라와 수도권 의료 쏠림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매 정부마다 의대 증원 요구가 쏟아졌던만큼 의사 확보의 첫 단추인 의대 개편 문제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대 개편이 가시화될 경우에 대비해 의대 진학에 영향을 받는 교육계, 지역 대학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 의사’ 양성 방점 찍히나
정부의 장기적인 의대 증원 방향성은 지역 의사 양성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대 증원 논의의 출발점이 붕괴된 지역 의료 인프라 살리기와 수도권 의대 쏠림 완화이기 때문이다. 현재 의대 체계를 유지하면서 지방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유력한 안으로 꼽힌다. ‘의사 과잉’을 주장하며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도 비수도권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가 없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늘어난 정원의 분배 과정에서 지역, 대학 간 신경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의대 정원은 부산대가 125명으로 가장 많고 인제대 93명, 고신대 76명, 경상대 76명, 동아대 49명, 울산대 40명 등 모두 459명이다. 전국 의대 정원의 15%에 불과하다. 부산지역 의대 한 관계자는 “17년 만에 정원을 늘리는데 특정 대학, 특정 지역에 정원을 몰아줄 수는 없는만큼 늘어난 정원의 분배를 두고도 지역, 대학의 눈치싸움이 시작될 것이다”고 말했다.
지역 의대 정원 확충이 이뤄진다면 구체적 방안으로 지역인재전형 확대도 점쳐진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고교 졸업생 40% 이상 선발이 의무인데 이 비율을 높여볼까 한다”며 “전공의가 비수도권으로 가는 비율이 40%인데 이를 50 대 50으로 맞춰보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료노조 요구는
정부와 의료계는 지난 1월부터 의대 증원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2021년 이후 2년 만에 협의체를 재가동했다. 14차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진행됐는데 논의의 쟁점은 의대 정원 문제였다.
현재 정부안으로 거론되는 1000명 이상의 정원 확대 폭은 그동안 정원 확대에 목소리를 높여온 시민사회가 주장해온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인 대책으로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은 증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건의료 노동계에서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근절, 열악한 근무조건 개선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라도 의사 인력 확충이 필수적 과제라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는 지난 7월 총파업 종료와 함께 채택된 노정합의를 통해 “공공의사 인력 양성, 지역의사제 도입을 포함한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한다”고 합의했다.
■의대 쏠림 심화 우려도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1000명 이상의 파격적인 의대 증원에 나설 경우 의대 진학을 노리는 N수생이 늘면서 당장 올해 입시부터 최상위권 학생들의 입시 전략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최상위권 수험생 입장에서는 내년부터 의대 진학 문이 넓어지면 ‘하향 지원’보다는 재수를 염두에 둔 ‘상향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최상위권 공대를 중심으로 휴학생이나 반수생이 대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가 지역 의대 증원에 나서면 지역인재전형이 가능한 수험생, 한·약·수(한의대·약대·수의대)에서 의대로 이동하려는 학생,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N수생들이 의대 진학에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대적으로 의대 쏠림이 심화돼 한의대, 약대, 수의대 경쟁률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임성원 종로학원 대표는 “자연계에서는 의대가 최고 선호 모집단위인만큼 서울대나 이공계 특성화대학을 갈 만한 우수자원들이 상당수 의대 진학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