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하기 편한 도시 부산, ‘들락날락’ 중심으로 현장이 바뀐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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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 공약 중 하나 ‘영어하기 편한 도시’ 조성
‘들락날락’ 11곳 원어민 영어교육 프로그램 호평 이어져
만족도 조사 결과, 이용자 88.5% ‘만족’ 내년 사업 확대


부산시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중 한 곳인 사하구 괴정동 회화나무 어린이작은도서관에서 지난 13일 오후 영어 프로그램이 열렸다. 원어민 교사가 6~7세 어린이 10여 명과 함께 주사위를 활용해 감정 표현을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busan.com 부산시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중 한 곳인 사하구 괴정동 회화나무 어린이작은도서관에서 지난 13일 오후 영어 프로그램이 열렸다. 원어민 교사가 6~7세 어린이 10여 명과 함께 주사위를 활용해 감정 표현을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busan.com

“Look at this face(이 얼굴을 보세요).” “What is this(이게 뭘까요)?”

지난 13일 오후 5시,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위치한 회화나무 어린이작은도서관. 부산시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가운데 한 곳인 이곳 도서관 한켠에 마련된 프로그램실에서 원어민 영어교사가 10여 명의 6~7세 어린이들에게 ‘How do you feel?’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가 표정 그림을 보여주며 질문을 하자, 수업을 듣는 6세 어린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이들이 아직은 ‘shy’ 라는 단어를 말하기 어렵다는 걸 알아차린 교사가 이내 “쉬~, 쉬~”라고 말하며 답을 유도하자, 아이들이 이내 “shy”를 기억해냈다.

이번에는 학생들이 주사위를 던져 나온 표정 사진을 보고 교사가 함께 happy, sad, excited, good 같은 감정 표현 단어를 알려주었다. 교사는 일일이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질문을 하고 대답을 이끌어냈다. 잠시 휴식을 가진 후에는 종이에 자신의 기분을 그림으로 그려 얼굴모양 풍선을 만들며 50분 수업이 마무리됐다.

‘영어하기 편한 도시’ 조성을 위해 부산시가 지난 7월부터 진행 중인 ‘부산형 어린이 영어교육’ 시범사업이 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박형준 부산시장의 선거공약으로 포함된 ‘영어하기 편한 도시’ 정책은 지난 7월부터 주거지 인근 ‘15분 생활권’ 내 위치한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11곳에서 놀이형 원어민 영어교육 프로그램으로 펼쳐지고 있다.

특히 ‘15분 도시’ 사업의 주요 거점인 들락날락에서 진행되는 원어민 영어교육 프로그램은 학부모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집에서 가까운 공공시설에서 검증된 원어민 영어교사의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수요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로 이날 5세 딸과 함께 수업에 참여한 이경수(39·부산 서구) 씨는 “아이 유치원이 사하구에 있어서 아내와 격주로 금요일 오후 4시 수업에 데리고 온다”면서 “서구나 사하구에는 원어민 영어수업을 하는 곳이 많지 않고, 더구나 무료로 수업을 받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딸 아이도 외국인 선생님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금요일마다 영어 선생님 보러 가는 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부산 사하구에 거주하는 편여진(40) 씨와 아들 안락한(6) 군이 지난 13일 수업에 앞서 영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busan.com 부산 사하구에 거주하는 편여진(40) 씨와 아들 안락한(6) 군이 지난 13일 수업에 앞서 영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busan.com

6세 아들을 수업에 보내고 있는 편여진(40·부산 사하구) 씨도 “글로벌 시대에 아이가 적어도 외국인에 대해 거부감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강 신청을 했다”면서 “무료 원어민 수업이라 홈페이지 신청이 시작되는 시간에 그야말로 ‘광클’을 한 덕분에 수강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어민 선생님이 큰 호응과 표정, 몸짓을 많이 활용하고, 놀이와 체험 위주로 수업을 진행해 아이가 예상보다 잘 적응하고 재밌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시가 지난 8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15일간 들락날락 11곳의 영어교육 프로그램 수강 학생의 학부모 1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88.5%가 ‘만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은 10.1%, ‘불만족’은 1.4%로 집계됐다.

조사 항목을 보면, 교육환경(91.7%), 교육효과(89.2%), 교육준비(87.7%), 강사(87.3%), 교육내용(84.4%) 등의 순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재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92%가 ‘그렇다’고 답해 사업 확대의 필요성을 대변했다.

회화나무 어린이도서관 안정원 사서도 “내년에도 운영을 하는지, 수업을 더 개설할 수는 없는지 등 학부모의 문의와 요청이 많다”면서 “입소문을 타고 다른 지역에서도 수업을 들으러 올 정도로 열정적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시는 내년에는 더 많은 들락날락에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강서구 신호작은도서관, 동구 더나눔 어린이작은도서관, 연제구 해맞이도서관이 이미 부산시에 올해도 프로그램 추가 개설 요청을 해왔다. 지난 10일부터 들락날락 통합플랫폼(https://busan.go.kr/bschild)을 통해 영어 프로그램과 과학교실, 맘~껏 놀자, 디지털배움터, 독서지원 프로그램 등을 신청할 수 있다.

부산시 배홍권 영어하기편한도시팀장은 “올해는 6개월 시범사업에 9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내년에는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 시민들의 정책 체감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지난 3월 시작한 영어하기 편한 도시 사업화 방안 연구용역이 이달 중에 완료되면, 이를 바탕으로 종합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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