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수출 1호는 연극 ‘컨테이너’ [2023 BPAM]
극단 따뜻한사람 작품 공연 뒤
해외 공연 초청과 대본 수출 유력
유럽서도 통할 이민자 이슈 다뤄
“부산에서 공연예술마켓이 열리니 이런 일도 생기나 봅니다. 해외 진출이나 공연예술 마켓 참여 자체가 처음입니다. 좋으면서도 겁이 납니다. 초청은 받았는데 현실적으로 단원들 항공이나 현지 숙박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현지 출연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
부산시 주최·부산문화재단 주관으로 지난 13~16일 부산시민회관 일대에서 개최한 제1회 2023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 ‘초이스’ 부문에 선보인 부산 극단 따뜻한사람의 ‘컨테이너’(2018년 초연) 제작·연출을 맡은 허석민 대표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거대 선박의 컨테이너를 배경으로 난민, 탈북자, 밀입국자 등의 문제를 다룬 이 연극은 또 다른 부산 극단 빅픽처스테이지의 ‘코마’와 함께 해외 델리게이터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다. 델리게이터와 예술단체 간 1 대 1 미팅인 ‘BPAM 데이트’ 공식 요청도 따뜻한사람의 ‘컨테이너’는 6회(루마니아·중국·태국·프랑스), 빅픽처스테이지 ‘코마’(스위스·뉴질랜드·중국·아르메니아·태국·프랑스)는 10회를 진행했다.
이 중 ‘컨테이너’의 경우, 25분짜리 쇼케이스 공연이 끝나자마자 동유럽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인 루마니아 시비우 국제연극제에서 내년 6월 페스티벌 때 초청하고 싶다는 러브콜을 받았다. 또 루마니아 마린 소레스코 국립극장도 동시 초청 의사를 보였다. 아이러브스테이지 관계자는 “대본 라이센스를 계약해 런던 배우들로 2025년께 유럽 무대에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공연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예술마켓이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초청 의사가 전달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더욱이 첫해 BPAM에서 해외 유통이 성사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경사이다. 루마니아 시비우 국제연극제 빈센티우 라하우 큐레이터는 “주제와 연기력,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좋았다. 극이 현실적이고 내용이 어렵지도 않은 데다 유럽인들은 한국 영화에도 익숙해져 이 작품을 통째로 선보여도 큰 무리가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 전체적인 정치 지형이 극우가 정권을 잡다 보니 이민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의미에서도 이민자(‘컨테이너’에선 탈북자)가 국경을 넘어가는 것은 큰 이슈”라고 설명했다.
아이러브스테이지 김준영 대표는 “‘컨테이너’가 가진 키워드가 인권이라면 지금 유럽이 관심 있는 이슈”라면서 “한국 부산에서, 유럽이나 미주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동시대 텍스트가 하나 나온 셈”이라고 반겼다. 김 대표는 또 “저는 대본만 라이센스해서 내후년께 영국에서 영국 배우들과 직접 만들 생각이어서 라이센스를 통한 유통이 될 것이며, 이제 부산 작가가 로열티가 받아 가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리고 “이 대본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오랫동안 유럽에서 가지고 있던 것이어서 1~2년 뒤에 한다고 해서 뒤처지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두진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은 “BPAM을 통해 해외 초청이 성사될 경우 사후 지원도 추진한다는 게 당초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박설연 문화예술과장도 “계약서에 최종 사인한 건 아니지만 부산 예술단체의 해외 진출이 눈앞에 있는 만큼 시에서도 항공·숙박 등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