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추구하면서 보편성 있는 국제 축제 자리 잡는 것 중요” [2023 BPAM]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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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롤드 다비드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 공동대표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
내년 새로운 퍼포밍아트 추가”

아롤드 다비드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 공동대표. 김은영 선임기자 아롤드 다비드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 공동대표. 김은영 선임기자

“아비뇽 페스티벌뿐 아니라 모든 축제는 새로운 창작의 기회를 꺼뜨리지 않아야 합니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축제 자체의 평판이 좋아야 더 흥행할 수 있다는 점을 프로그래머는 생각해야 하지요. 아비뇽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축제에서 그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고, 과거의 문제를 책임 있게 고쳐 나가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정체성과 개성을 추구했습니다. 다른 축제와의 차별성도 추구하면서도 보편성이 있는 국제 축제로 자리 잡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터내셔널’ 축제를 지향하는 점도 지속적인 과제였습니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OFF·이하 아비뇽 OFF)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아롤드 다비드(50)는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아비뇽 축제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에 주는 조언이기도 했다. 아롤드 공동대표는 2006년 일본 방문할 때 잠깐 서울에 들른 적은 있었지만, 공연예술을 제대로 돌아본 건 이번 부산 방문이 사실상 처음이다.

아롤드 공동대표는 BPAM 개막일이던 지난 13일 부산에 도착한 뒤 공교롭게도 프랑스 연극 ‘옥시던트 익스프레스’ 관계자 미팅을 처음 가졌다. “제가 좋아하는 알랭 티마르 연출가를 프랑스도 아닌 부산에 와서 만날 수 있었어요. 이게 다 마켓이나 페스티벌 묘미 아닐까요!”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이다. 일부분은 ‘비팜 톡’ 콘퍼런스에서 밝힌 내용과 중복된다.


-사실상 첫 한국 방문인데 방문을 결정한 배경은.

“아비뇽 오프의 국제화 정책 영향 덕분이다. 그전에는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초청이 와도 별로 응하지 않았다. 국제화 정책이 생김으로써 다른 행사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을 두게 됐다. 지난해 부산문화재단의 ‘협업’ 요청이 있었고, 이번에 BPAM 톡 세미나 참석을 결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BPAM은 1회로 열리는 행사니까 지원해 주는 게 이미 성장한 페스티벌의 공동대표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책임감이라고 할까. 문화가 결국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책임감을 느꼈다.”


-아비뇽 오프의 국제화 정책은 언제부터 도입됐나요.

“지난해 시작했다. 국제 교류는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아비뇽 오프에 참여하는 국가가 서른 개 정도 된다면 그분들께 크게 돌려준 게 없다고 생각했다. 플랫폼을 제공했지만, 국제화에 큰 역할을 못 한 것 같아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아비뇽은 큰 페스티벌이고 갖고 있는 자본금을 활용해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아비뇽 오프 위원회에 잠재적인 파트너(협력사)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협력사에 자본을 제공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훨씬 쉬울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있다. 정확한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다. 아비뇽 오프는 아시아에 협력사가 많은 편이다. 대만이나 중국, 홍콩이라든지. 한국은 에든버러 페스티벌엔 많이 참가하는 데 비해 아비뇽엔 많이 보이지 않는다. 자문이나, 교육· 홍보를 도와주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많이 참가하면 좋겠다. 해외 셀러들과 연결해 주는 플랫폼도 구상 중이다. 내년 해외 델리게이터는 15~20명 정도 될 것 같고, 그분들에게 맞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지금 기획 중이다. 지난해까지는 아비뇽 오프에 초청 시스템이 없었고, 올해 처음으로 BPAM 이종호 예술감독과 멕시코, 루마니아, 아르메니아 델리게이터를 초청했다.”


-사실상 새로운 프로젝트 하나가 탄생하는 것인가.

“맞다. 지금까지 아비뇽 오프가 연극 중심이었다면 퍼포밍아트가 추가될 것 같다. 현재는 지역적인 수준인데 인터내셔널마켓이 될 확률이 높다. 이것 역시 아비뇽 국제화 일환이다. 참고로 2023년 아비뇽 오프에선 에디션의 경우 141개 장소에서 1491개 쇼를 선보였다. 작게는 36석에서 크게는 600석 정도 규모이다. 아비뇽 오프는 공연을 사고파는 등 델리게이터를 따로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어림잡아 3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잠정 파악 중이다. 3주간 이어지는 큰 페스티벌인데 올해 유료 티켓은 200만 장이 판매됐다.”


-마켓이란 이름 때문인지 일반인의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편이다. ‘축제형 마켓’에 대한 조언할 점이 있다면.

“축제형 마켓으로 BPAM을 만들겠다는 시도는 참 좋다. 델리게이터끼리 만나면 지루할 수도 있는데 극장에 청중이 들어오면 반응이 실시간으로 오기 때문에 이 공연이 어느 정도 인기를 끌지 확인할 수 있어서 훨씬 유용하다. 예술가들이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이유도 물론 돈이나 수익 창출도 있겠지만, 청중과의 교감 때문이다. 그런 목적에서 봤을 때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일환으로 지난 14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옆 커피텍 로스터스 2층에서 열린 'BPAM 톡(Talk)’ 첫 순서가 진행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일환으로 지난 14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옆 커피텍 로스터스 2층에서 열린 'BPAM 톡(Talk)’ 첫 순서가 진행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다시 처음의 아롤드 공동대표의 발언으로 되돌아가서 마무리 발언을 이어 갔다. “정체성과 철학의 문제는 57년 된 페스티벌이나 이제 막 생긴 페스티벌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모순이나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다양한 축제의 참여, 다양한 인사이트를 통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객으로부터 요구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내부적으로도 서로 충돌하는 문제 역시 풀어야 하니까요.”

한편 세계 공연계의 흐름을 선도하는 대표적 연극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은 1966년 시작했으며 인(IN)과 오프(OFF)로 나뉜다. 아비뇽 페스티벌 인(IN)은 축제감독에 의해 선정되는 공식 참가작으로 구성되며, 아비뇽 OFF는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비공식 자유 참가작으로 구성된다. 아비뇽 OFF는 작품을 선별하는 예술감독이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의 선택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아롤드 공동대표는 아비뇽 오프를 1999년부터 관여했고, 2020년부터 공동대표를 맡았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통상 7월에 시작하지만 2024년 파리올림픽과 겹치지 않도록 내년엔 예외적으로 6월 개최가 유력하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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