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치닫는 이·팔 전선… 중동행 바이든 실마리 풀까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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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섬멸” vs “지상전 준비 돼”
이란 한 술 더 떠 선제공격 언급
바이든 이스라엘서 ‘확전 저지’
팔레스타인 정부 수반 등도 만나

16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남부의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 군용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가자지구 국경 지역에 병력이 집결되고 교전이 격화하면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화연합뉴스 16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남부의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 군용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가자지구 국경 지역에 병력이 집결되고 교전이 격화하면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화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11일째에 접어든 17일(현지 시간) 양측이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는 ‘강대강 대치’로 일촉즉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하마스는 지상전에도 준비돼 있다고 맞섰다.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교전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헤즈볼라 등을 지원해온 이란은 이스라엘에 ‘선제적 조치’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을 전격 방문하기로 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멈출 기색 없는 ‘강대강 대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섬멸하기 전까지 후퇴는 없다고 거듭 공언했다.

1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를 섬멸할 때까지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혔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대변인 아부 오바이다도 같은 날 TV로 방송한 성명에서 “지상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점령자(이스라엘)의 위협은 두렵지 않으며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이다는 현재 가자지구에는 200명에서 250명 사이의 인질이 있으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사망한 인질의 수가 22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에 연일 경고장을 날려온 이란은 한 발 더 나아가 ‘선제적 조치’ 가능성도 언급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6일 자국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저항전선’이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항전선은 적(이스라엘)과 장기전을 벌일 수 있다”며 “앞으로 수시간 안에 저항전선의 선제행동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항전선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선 지역 국가들과 세력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을 위해 밤새 폭격을 가한 결과 가자지구에서 최소 7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과 로이터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집중된 지역은 남부 칸 유니스와 국경지대 라파, 데이르 알 발라흐 등이다. 알자지라는 “숨진 이들의 상당수는 가자시티 등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지시로 대피해온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방문하는 바이든 확전 막을까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나흘 만에 재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6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해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과의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중차대한 시점에 이곳에 올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계획을 발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별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 기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한 전시 내각과 만나 이스라엘의 전략과 작전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방문의 또 다른 핵심 목표는 이스라엘의 ‘과도한 보복’에 의한 ‘확전’을 막는 것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지원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이어 미국이 관여하는 또 다른 전선으로 부상한 이번 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전하는 상황은 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지상전 개시의 기로에 선 이스라엘에 단순히 ‘그린 라이트’(청신호)를 보내거나 ‘백지수표’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이어 같은 날 요르단 암만을 방문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비롯해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도 만날 계획이다. 특히 아바스 PA 수반을 만나는 것은 하마스가 장악해온 가자지구를 통치할 잠재적 대안 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균형을 맞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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