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그놈 목소리
인간은 각 개인에게만 고유한 특징 몇몇을 지니고 있다. 지문이 대표적이다. 지문은 출생과 함께 갖는 신체의 서명과도 같다. 사람의 지문이 일치할 확률은 640억분의 1. 단순하게 계산해도 지구촌 인구 80억 명 가운데 똑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지문은 각 개체의 식별이나 생체 인식 때 주로 사용된다. 특히 범죄자 특정에 유용하다. DNA 감식으로 가려내지 못하는 쌍둥이도 쉽게 구별해 낼 정도로 지문 감식은 보편적 범인 추적 기법으로 그 위상이 굳건하다. 최근에는 중성자, 나노 입자를 이용하는 지문 채취 기술도 크게 발전했다.
인간 개체를 식별하게 하는 또 다른 것으로 홍채, 손등의 혈관, 입술 등이 있다. 지난해에는 사람이 내쉬는 날숨도 개인마다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특성들을 이용한 생체 인식이나 인증 정보 활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역시 그 고유성 때문이다.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은 온라인 접속 때 생체 인식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생체 정보가 그만큼 보안성과 편의성에서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사람 음성도 마찬가지다. 소리에는 고유한 색깔 곧 ‘음색’이 있다. 목소리만 듣고 누군지 판별하고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라도 감기에 걸린 상태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은 이런 음색이 있어 가능하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보이스피싱의 전화 목소리를 식별하는 데에도 음색이 쓰인다. 음성 지문인 ‘성문’을 분석하는 기술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접목되는 쪽으로 음색 연구가 확장되는 추세다. AI를 활용한 음성 인식 기술은 의료계에서도 화두다. 지난해 한 연구는 환자의 호흡 패턴을 분석해 파킨슨병을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발전시키면 우울증과 여러 형태의 암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기반의 ‘보이스피싱 음성 분석 모델’이 19일부터 전국 경찰의 일선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딥러닝 기술을 통해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인데, 통화 속 목소리를 기존 보이스피싱범 목소리와 비교·판별하는 기능이다. 6000여 명에게서 추출한 무려 100만 개 이상의 외국어·한국어 음성 축적 데이터가 활용된다. 그동안 음성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2~3주가량이 걸렸지만, 이제는 용의자 음성을 바로 판독할 수 있다. 억울한 피해를 막고 보이스피싱 범죄를 줄일 획기적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