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과 연료 맞바꾸자” 하마스 요구에 협상 진통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는 과정에서 220여 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대한 연료 반입을 대가로 인질 일부를 석방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관련 사정에 밝은 3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와 카타르, 이집트, 이스라엘이 며칠 전부터 이와 관련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하마스 측은 연료를 포함한 인도적 구호물품의 꾸준한 반입이 보장된다면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등을 비롯해 최다 50명의 인질을 추가로 석방하는 데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협상은 가자지구에 대한 연료 반입 허용이라는 걸림돌에 부딪혀 막판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의 전쟁물자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이 난색을 보인 까닭이다.
유대교 안식일인 지난 7일 새벽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아 1400명이 넘는 자국민이 살상되는 참사를 겪은 이스라엘 정부는 9일부터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전력과 물, 물자 반입을 차단했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요구로 결국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21일 처음으로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라파 검문소를 통과한 데 이어 23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가자지구에 진입했다. 그러나 의료용품과 식량, 식수 등만 운반됐을 뿐 연료는 싣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는 지난 20일 억류 중이던 미국 국적의 모녀 두 명을 풀어줬고, 23일에는 고령의 여성 인질 2명을 추가 석방했다.
유엔은 가자지구의 연료 비축량이 앞으로 이틀이면 고갈될 것이라면서, 연료가 없으면 식수 공급을 위한 담수화 시설을 돌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밀이 있어도 빵을 굽지 못하고 병원 가동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와 관련해 “그들의 연료저장고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면서 연료가 완전히 고갈된다면 “이미 참담한 수준인 인도적 상황에 더욱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