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투잡’ 뛰는 공무원들
이달 중순 ‘궤도’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김모 씨가 공무원 겸직 금지 규정을 어겨 논란이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김 씨는 2015년부터 유튜브와 방송 출연, 기고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김 씨가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다고 판단해 해당 기관에 징계를 요구했다. 공무원법에 공무원의 영리 목적 겸직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직무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한해 소속 기관장의 허가를 받아 겸직할 수는 있다. 김 씨는 허가받지 않고 별도의 영리 활동을 한 것이다.
기실 겸직하는 공무원은 짐작보다 많다. 국회 행안위 소속 송재호 의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겸직 허가를 받은 공무원은 전국적으로 5773명이다. 그런데 같은 행안위 소속 박재호 의원이 2년 전 밝힌 자료에서는 2019년 기준 겸직 허가 공무원이 1410명이었다. 단순 비교로는 3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일각에는 국내 겸직 공무원이 1만 3400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여하튼 공무원 사회에서 목하 ‘투잡 열풍’이 불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겸직하는 공무원들 중에는 강사, 유튜버, 웹소설가, 부동산임대업자 등으로 활동하면서 연간 수천만 원 이상 고수익을 얻는 경우도 일부 확인됐다. 하지만 대다수 겸직 공무원들은 야간 대리운전, 호텔 객실 청소,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업에 나선 것이다. 다른 직종도 그렇지만, 임금이 지나치게 낮다는 불평이 근래 공무원 조직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실제 9급 공무원의 1호봉 월급은 2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최저임금과 별 차이가 없다.
과거 공무원은 취업 준비생들의 1순위 직종이었다.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시험을 보고, 마침내 합격했을 때는 세상 다 가진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칼출근에 칼퇴근, 그럼에도 철밥통’인 파라다이스가 펼쳐지리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박봉에 과중한 업무, 거기다 악성 민원까지…, 파라다이스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이런 형편이라 젊은 공무원들이 스스로를 ‘공노비(공무원+노비)’로 부르며 자조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실망한 이들이 공무원 신분을 내던지고 있고, 그 숫자가 지난해에만 5600명이 넘었다. 겸직은 그처럼 공직을 떠날 형편조차 못 되는 이들의 피치 못할 선택지일 테다. 우리 공동체의 중추라고 할 공무원이 어쩌다 이런 대접을 받게 됐을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더니, 세월유감이 아닐 수 없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