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추진선 상용화하려면 안정성·비용 경쟁력 강화해야" [제17회 세계해양포럼]
SMR(소형 원자로)선박 세션
80여 종 SMR 경쟁적 개발 진행
국가별 상이한 규정 통합 필요해
원전지역 ‘연료봉 부두’ 제안도
“과거의 ‘미래기술’이 빠른 속도로 표준이 되고 있고, 표준이 바뀌면 패권 업체나 국가도 바뀐다. 중국의 추격이 위협적인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계는 원자력 추진 선박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박상민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상무)
25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 SMR(소형 원자로)선박 세션은 해운 분야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해양용 SMR을 다뤘다. 지난해 WOF 포럼 에필로그 세션에서 처음 화두에 올라 올해 신설된 세션이다. 국내외 원자력·조선 전문가들이 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의 진행으로 해양용 SMR 개발 현황과 상업화를 위한 해결 과제를 논의했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은 “2021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80여 종의 SMR이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면서 “올해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운 분야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발표하면서 해양에서 탄소 배출이 없고 추진력이 높은 친환경 에너지 SMR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소개했다.
SMR은 크기가 작은 데다 모듈 구조라 안전성과 경제성이 높고, 산업용뿐 아니라 지역난방, 해수담수화, 수소 생산 등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선박에 적용하려면 해양이라는 조건에 맞는 기술적 문제는 물론 법령과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소장은 “SMR을 선박에 적용하려면 선원 안정성과 운전 비용 경쟁력 등이 더 강화돼야 하고, 해양 운전 조건과 해양 분야 규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원자력 추진 선박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운과 조선, 원자력 업계는 물론 규제 기관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62년 세계 최초의 원자력 추진 상선으로 기록된 미국의 사바나호도 안전성과 높은 운영비 등 문제에 부딪혀 상용화에 실패하고 현재 박물관선이 됐다. 발제자로 참가한 패트릭 라이언 미국선급협회(ABS) 상무는 “사바나호는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사례”라면서 “ABS는 현재 내년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미국 에너지부와 함께 선박용 원자력 시스템의 표준 요건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특히 국가별로 배타적인 원자력 관련 기술 규정이나 규제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정호 한국선급 시스템안전연구팀장은 “선박이 자유로운 항해가 불가능하다면 상업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IAEA 등 관련 기구 등이 공통된 표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SMR과 관련해 부산의 역할을 묻는 청중 질문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라이언 상무는 부산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이 참여한 녹색해운항로를 예로 들면서 “두 나라가 원자력 관련 허가에 합의하고 양국 항만 간 원자력 추진 선박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지원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면 부산은 탁월한 항만도시라는 조건을 원자력 분야에서도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가한 박상민 상무 또한 “조선소에서 핵연료봉을 다룰 수 없기 때문에 부산 고리원전처럼 기존 원전이 있는 지역에 원자력 추진선이 접안해 연료봉을 실을 수 있는 부두를 만들고 폐선 작업 등까지 담당한다면 충분히 수익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