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수산식품 가공 기술로 초개인화 트렌드 대비해야”[제17회 세계해양포럼]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제17회 세계해양포럼]수산 세션·해양바이오 세션

‘블루푸드·푸드테크’ 주제 토론
“소비자 연령·취향 적극 고려한
수산식품 특성 연구 전략 필요”
“홍합 접착력·갯벌 탄소 흡수 능력
해양바이오는 미래 성장 동력”
정부 포괄적 연구 지원 필요 지적

26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 수산 세션에서 ‘블루푸드&푸드 테크 이노베이션’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WOF사무국 제공 26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 수산 세션에서 ‘블루푸드&푸드 테크 이노베이션’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WOF사무국 제공

해양생물은 수산식품의 원료로서 육류를 대체할 단백질원이다. 물속에서도 접착력을 유지하는 홍합처럼 수산 생물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생물학적 성분 또한 인류에게 새로운 기술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개인 특성 맞춤 수산식품 개발해야

26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의 수산 세션에서는 ‘블루푸드&푸드테크 이노베이션’을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수산물은 육류에 비해 탄소 발생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다. 축산업만으로는 전 세계 인구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고, 육식은 도축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도 발생한다. 수산식품은 육상식품을 대체할 역량이 있는 미래식량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잠재력에도 수산식품은 그동안 생선 비린내나 가시 제거와 같은 문제 때문에 소비자 중심의 개발이 충분히 진행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수산식품을 개발해야 하며, 연령 등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수산물을 가공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김종성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해양바이오 세션에서 갯벌의 탄소 흡수력을 설명하고 있다. WOF사무국 제공 서울대 김종성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해양바이오 세션에서 갯벌의 탄소 흡수력을 설명하고 있다. WOF사무국 제공

특히 수산식품의 특성과 이 특성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리학적 반응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혜성 이화여대 식품생명공학전공 교수는 “가령 아미노산 성분을 잘못 다루면 어떤 사람에게는 ‘쓴맛’이 날 수 있다”라며 “수산식품 자체에 대한 분석과 사람마다 갖고 있는 유전적인 차이가 발현하는 수준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노르웨이의 국립수산과학원인 노피마를 예로 들었다. 노피마에는 이런 연구를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이 교수는 “소비자와 식품의 특성을 함께 연구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이를 제품 개발 초기부터 마케팅 과정에 이르기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 개인화 전략 가운데 특히 고령자에게 수산식품이 영양적으로 뛰어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고령자는 씹고, 삼키고, 소화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이는 결국 영양분 섭취 부족과 만성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노인 인구에게 단백질 함량이 높은 수산식품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범근 한국식품연구원 가공공정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생선의 가시를 제거하는 등의 공정을 통해 고령자가 수산물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산가공식품회사인 ‘웰피쉬’를 운영하는 정여울 대표도 “수산업은 초개인화 트렌드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라며 “수산식품의 섭취 경험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의 요구는 세분화될 것이며, 이는 수산업계 전후방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홍합의 접착력과 갯벌의 탄소 흡수

해양생물은 식품으로서의 가치도 뛰어나지만, 해양생물의 생물학적 성분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물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날 잇따라 열린 WOF 해양바이오 세션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동력 해양바이오’라는 주제로 전문가들의 발제가 이어졌다.

특히 물 속에서도 접착력을 잃지 않는 홍합이 인류에게 큰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허버트 웨이트 생화학과 교수는 “홍합은 수분과 염분이 있는 해양환경에서도 접착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에서는 산성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홍합은 산성화가 일어나는 즉시 회복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와 같은 해양바이오 연구에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며 “대개 특정 분야에만 지원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해양바이오는 여러 분야가 연계된 만큼 정부가 포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갯벌의 탄소 흡수 능력에 대한 발제도 눈길을 끌었다. 갯벌은 탄소를 흡수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아직 갯벌을 탄소를 저장하는 생태계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갯벌은 4800만 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다”라며 “갯벌의 탄소 흡수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려면 흡수원의 메커니즘 발견 등 추가 연구에 더해 갯벌을 가진 다른 국가들과 함께 외교적으로 노력할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