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카리브·태도국 손에 달렸다… 표 단속 총력전[2030 엑스포 부산에서!]
[2030 엑스포 부산에서!] D-28
BIE 회원국 절반이 ‘전략 지역’
아프리카 국가별 표심 제각각
산업부 장관, 카리브 국가 방문
태도국은 원양업 교류로 강점
민간기업까지 나서 득표 활동 중
각국 대표 개인 변심 표 가능성
경쟁국 접촉 차단 밀착 마크도
부산에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유치하는 데에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국가, 태평양 도서국이 막판까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절반에 달하는 이들 국가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정부는 장차관 등 주요 인사들을 현지에 파견하며 ‘표 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 국가는 ‘표심’의 변화가 잦고 ‘2차 투표’에서 한국을 지지하겠다는 나라도 많아 마지막까지 득표 활동이 필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다음 달 28일 BIE 총회의 2030엑스포 개최지 투표와 관련 정부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국가 등을 상대로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9일부터 말라위, 토고, 카메룬 등 아프리카 국가 순방에 나섰고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카리브해 남쪽에 위치한 트리니다드토바고를 방문한다. 산업부 장관의 트리니다드토바고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정부 주요 인사들이 태평양 도서국 등을 방문해 마지막까지 득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BIE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경우 전체 54개 국가가 모두 회원국이다. BIE 182개 회원 국가 가운데 30%가량을 아프리카 국가가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 표심은 BIE 총회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은 개별 국가별로 상황이 달라 표심도 제각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 국가 표심은 시시각각 변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현지 공관의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 대표단이나 사우디 대표단이 방문한 이후 지지 국가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가 이번에 말라위, 토고, 카메룬 등을 방문하는 데 대해서도 이들 국가 표심이 여전히 한국을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리브해 국가 역시 표심이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는 전략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카리브해 국가들의 모임인 카리브공동체(카리콤)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직접 2030엑스포 유치활동에 나섰을 정도로 중요한 지역이다. 카리콤 15개 회원국 가운데 영국령 몬세라트를 제외한 14개 국가가 BIE 회원국이다. 이번에 산업부 장관이 방문하는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카리브 핵심 도서국으로 카리콤을 주도하고 있다.
태평양 도서국 역시 다수가 BIE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핵심 전략지역이다. 태평양 지역에선 호주와 미크로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등이 BIE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쿡아일랜드를 비롯해 다수 국가가 회원국에 이름을 올렸다. 태평양 도서국의 경우 한국이 원양어업 등으로 많은 교류를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은 냉동창고 건설 등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이 많다”면서 “민간 기업까지 나서 태평양 도서국 표심 잡기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국가, 태평양 도서국에 대해선 사우디아라비아도 총력전을 펴고 있다. 카리콤의 경우 지난해 공식적으로 2030엑스포 개최지와 관련 사우디를 지지한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카리콤 소속 국가들이 이 지지 선언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리카의 경우 사우디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아랍뉴스, 사우디가제트 등 사우디 언론은 코트디부아르, 말라위, 세이셸, 우간다, 소말리아, 지부티, 남수단, 가봉,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아프리카 국가가 사우디 지지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치열한 득표전이 계속되면서 막판에는 ‘개인 표 단속’ 전략도 동원될 전망이다. BIE의 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는 ‘국가 투표’로 이뤄지지만 실제 투표는 각국 대표가 ‘비밀투표’로 진행한다. 일부 국가의 경우 투표장에 1명의 대표자만 참석해 전자투표를 하는 경우도 있어 투표자 개인의 ‘변심’ 가능성도 있다. 일부 국가에 대해선 해당 국가 대표자를 유치 경쟁 국가가 ‘밀착 마크’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과거 인정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투표일이 다가온 시기에는 일부 국가의 ‘투표자’를 파리 현지에서 계속 따라다니면서 경쟁국과의 접촉 자체를 차단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사우디와 한국의 막판 표 단속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