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끝났나… 한국도 당분간 동결 유지할 듯
미 연준 2연속 금리 동결에
한은, 7연속 금리 동결 유력
오는 30일 금통위 열고 결정
“미국 내려야 한은도 내릴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회 연속으로 정책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경제가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금리 동결로 한국은행 역시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과 천문학적 가계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의 여지를 남긴다.
미 연준은 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재 수준(5.25~5.50%)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P)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미 연준은 앞서 지난 6월에 약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7월 베이비스텝(0.25%P 인상)을 밟았지만 다시 9월과 11월에 금리를 동결했다. 미 연준은 이날 정책 결정문을 통해 “경제활동이 3분기에 강한 속도로 확장됐고, 고용 증가세는 여전히 견조하며 실업률은 낮다”며 정책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4.9%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4.7%)를 상회했다. 또 9월 비농업 부문 고용 역시 시장 예상치의 2배인 33만 6000건으로 증가했다.
물가도 둔화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난해 중반 이후 완만해졌다”며 “지난 여름 인플레이션 수치가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미 연준의 발표 이후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지수가 일제히 뛰었다. 또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급락했다.
미 연준의 두 차례 연속 정책금리 동결에 따라 한은도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7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껏 고조됐던 미국의 추가 통화 긴축 압력이 다소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미 연준의 회의 결과를 “최근 장기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여건 긴축이 고려 요인으로 제시되며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 지역 불안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국내 소비자물가 등은 한은의 기준금리 상승 압력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중동 사태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며 “최근과 같이 유가·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재개 시점도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부채도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6연속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립 금리 등을 보면 긴축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지만, 긴축 속에서도 가계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가계대출 증가 폭이 더 커지고 유가와 함께 물가가 급등할 경우 한은 금통위원들 입장에서는 추가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 같은 딜레마와 동결 기조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영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미국이 먼저 금리를 내리고 나서야 한은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내년 중반 정도나 피벗에 들어가고, 한은은 이보다 늦은 내년 하반기에나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영향에 국내 증시 등은 이날 일제히 반등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1.56포인트(1.81%) 오른 2343.12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33.61포인트(4.55%) 오른 772.84를 기록했다. 비트코인도 이날 연고점을 경신하며 18개월 만에 4800만 원을 돌파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