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유정에 사형 구형…정유정 “교화 위해 외국어 공부”(종합)
검찰 “분노 해소 위해 일면식 없는 피해자 살해,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유족 고통은 점점 커져”
정유정 “불우한 성장환경 탓에 정신질환 앓아,
중국어·일본어 공부 중…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고파”
과외 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정유정은 양극성 정동장애, 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고, 교화된 삶을 살기 위해 구치소에서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6일 오전 정유정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정유정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50분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피해자(26) 집에서 흉기를 100여 차례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정유정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경남 양산 낙동강변 인근에 유기했다.
검찰은 “정유정은 분노 해소의 수단으로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다. 사회 전반에 누구나 아무 이유 없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줬다”며 “피해자의 집보다 한 층 높은 곳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걸어갔고, 가방에 맥주까지 챙겨가는 등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명확한 증거에 어쩔 수 없이 자백을 한 것일 뿐, 그전까지 거짓말을 반복하는 등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유족은 사건 이후 5개월이 500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럽다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이 밝힌 유족 탄원서에 따르면 유족들은 정유정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법정에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자를 잃은 아픔은 점점 커져 간다고 호소했다.
정유정 측 변호인은 불우한 성장환경을 언급하며 그 과정에서 정신질환 등을 앓았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나 정상참작을 요청했다.
정유정 변호인은 “정유정은 부모가 이혼한 뒤 할아버지 집에서 생활하며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상세불명의 양극성 정동장애와 우울 에피소드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 중”이라고 밝혔다. 정유정의 젊은 나이(23세)와 앞서 전과가 없다는 점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유정은 최후 변론에서 “판사님께서는 제 얘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제 어려움을 돌아봐 주시기도 했다. 저로 인해 큰 상심에 빠진 유가족들께 죄송하다”며 “지금 중국어와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준법정신을 지키고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수형생활 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겠다”며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으로 교화돼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기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선 공판에서 정유정은 “피해 유족을 생각해 실종으로 꾸미려 시신을 유기했다” “같이 죽으면 환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경찰 조사 때 스트레스로 허위 진술을 했다” 등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여러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정유정에 대한 선고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부산지법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