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재앙의 21세기… 인류는 소통·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나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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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인문학포럼 부산서 개최
‘관계의 인문학’ 주제 8~10일 벡스코
13개국 234명 참석, 강연 발표 토론

2011년 부산에서 첫 출범한 세계인문학포럼이 4번째로 8~10일 부산 벡스코에서 다시 열린다. 사진은 제1회 행사 모습. 부산일보 DB 2011년 부산에서 첫 출범한 세계인문학포럼이 4번째로 8~10일 부산 벡스코에서 다시 열린다. 사진은 제1회 행사 모습. 부산일보 DB

부산에 살면 잘 모를 수 있지만 부산은 희한하게 대단한 도시다. 일례로 최근 세계 3대 온라인여행사의 조사에서 부산은 ‘2023 인기 급부상 여행지’로 오스트리아 수도 빈과 함께 ‘글로벌 탑2 도시’로 꼽히기도 했다. 8~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3 제7회 세계인문학포럼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부산이 어떤 가능성 속에서 어느새 ‘세계 인문학 도시’로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후원, 부산시·교육부 주최, 한국연구재단 주관의 세계인문학포럼이 시쳇말로 계속 ‘대박’을 터트리는 부산에서 벌써 네 번째 열리는 것이다. 2011년 처음 출범한 곳이 부산이며, 이후 대전 수원 경주에서 1번씩 열렸으나, 부산에서 거듭해서 열리는 것은, 전체 참가자 수가 부산에서 압도적 비교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기실 부산의 ‘인문학적 열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번 제7회 세계인문학포럼의 대주제는 ‘관계의 인문학: 소통·공존·공감을 위하여’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한 꼭짓점을 이루면서 대양을 향해 포효하듯 열려 있는 ‘혼종성의 도시’ 부산에 걸맞은 주제가 아닐 수 없다.

21세기에도 인류의 무력 행사는 끊임없다. 사진은 4일 미국 와싱턴 DC에서 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을 요구하며 기도하는 시위대 모습. AFP연합뉴스 21세기에도 인류의 무력 행사는 끊임없다. 사진은 4일 미국 와싱턴 DC에서 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을 요구하며 기도하는 시위대 모습. AFP연합뉴스
21세기에도 인류의 무력 행사는 그칠 줄 모른다. 사진은 4일 이스라엘의 폭격 뒤 절규하는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모습. 이곳에서는 1만 명 가까이 죽었다. UPI연합뉴스 21세기에도 인류의 무력 행사는 그칠 줄 모른다. 사진은 4일 이스라엘의 폭격 뒤 절규하는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모습. 이곳에서는 1만 명 가까이 죽었다. UPI연합뉴스

포럼의 주제 의식은 포괄적이면서 맹렬하다. 대주제의 ‘관계’는 인간-인간, 인간-비인간, 인간-자연의 관계를 모두 아우른 굉장한 추상이다. 21세기에도 예제서 전쟁이 터지고, 국가·인종·종교 간 갈등도 현저하고, 한 사회 안에서도 계급 차별이 횡행하는 것이 ‘인간-인간’의 문제이고, 인공지능의 등장 속에서 초개인화되는 인간이 여하히 존립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인간-비인간’의 문제다. 팬데믹, 기후위기에서 보듯 성난 자연의 엄중한 경고에 대한 각성의 필요성이 ‘인간-자연’ 문제의 핵심이다. 세계인문학포럼은 장차 인간이 제대로 존립해야 할 것 아닌가, 라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대주제 아래 ‘소통을 통해 연대로’ ‘공존과 상생’ ‘공감을 통한 화합’이라는 3개 중(中)주제를 설정했는데, ‘소통’ ‘연대’ ‘공감’ ‘상생’ ‘화합’은 범상한 단어들이지만 궁극적 희망을 전망하는 지상과제들이다. 그 절체절명의 과제를 놓고 기조강연과 주제발표, 총 131건이 진행된다. 세계 13개국(한국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인도네시아 대만 러시아) 총 234명의 강연·발표·토론자가 참석한다.

전체 얼개는 4건 기조강연, 6개 분과회의 속 30개 소주제별 세션(세션당 3~5건 주제발표), 부산특별세션과 그 초청강연으로 구성돼 있다. 기조강연 4건 중 전체 기조강연은 프랑스 자크 오몽(소르본 노벨대 명예교수)의 ‘이미지의 인간적 힘’이고, 중주제별 기조강연 3건은 한국 백영서(연세대 명예교수)가 ‘대안문명의 길에서 묻는 공생의 인문학’, 미국/한국 마이크 김(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아태 총괄)의 ‘AI 스타트업’, 영국 커스틴 말름켸르(레스터대 명예교수)의 ‘언어, 번역 그리고 공감’이다.

왼쪽부터 기조강연자 프랑스 자크 오몽, 한국 백영서, 미국/한국 마이크 김, 영국 커스틴 말름켸르. 부산시 제공 왼쪽부터 기조강연자 프랑스 자크 오몽, 한국 백영서, 미국/한국 마이크 김, 영국 커스틴 말름켸르. 부산시 제공

30개 세션에서는 ‘AI빅뱅시대, 확장인문학을 제안한다’ ‘동아시아 문화공감’ ‘권리 없는 자들의 민권, 역사 없는 자들의 인권’ ‘제3세계의 기후위기, 빈곤, 생태 재난’ 등 소주제를 놓고 인류의 당면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세계적 공감을 시도한다. 부산특별세션 주제는 ‘이동과 전환의 부산’으로 4건 주제발표 토론이 있고, 초청강연으로 나건(홍익대 교수)의 ‘부산의 도시적 자산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있다. 개막식과 폐막식 때 축하공연 등도 있다.

‘단절 혐오 갈등 재앙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21세기 벽두, 인류는 과연 소통 공존 공감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부산에서 열리는 제7회 세계인문학포럼은 그 질문을 던진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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