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의대 출신 의사, 부산에 머무르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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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부에 ‘부산형 지역의사제’ 도입 촉구
우리 실정 맞는 방식 찾아 적극 지원 나서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부산일보DB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보건복지부에 ‘부산형 지역의사제’ 도입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의대 졸업생이 의사면허 취득 후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대신 정부 또는 지자체가 의대 졸업 전에는 학비를, 나아가 취업과 개원 때에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지역·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여러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시가 별도로 ‘부산형 지역의사제’를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의사 부족에 따른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역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 수급이 힘들다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비교하면, 서울은 3.37명인데 반해 부산은 겨우 2.45명이다. 지방으로선 그나마 형편이 낫다는 부산이 그 정도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평균이 2명을 크게 밑돈다. 특히 지역에서 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하는 지방의료원의 의사 공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중 23곳이 특정 진료과 의사가 없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역의 대학병원들은 전공의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 실제로 올해 부산의 대학병원에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한 전공의는 한 명도 없다. 지역 의료가 말 그대로 고사 위기인 것이다.

부산의 경우 지역에서 배출되는 의대 졸업생은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2017년부터 4년간 970여 명을 배출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의대 졸업생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의사 면허를 딴 후에는 수도권에서 취업하고, 부산에 남는 이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모순을 없애지 않고서는 정부가 제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려 봐야 결국은 헛수고에 그칠 뿐이다. 지역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를 지역에서 제대로 뽑아 교육하고 나아가 지역 의료 현장에까지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 것이다. 지역의사제는 그중 실현성이 높은 시스템이라 하겠다.

지역에서 공부한 의사를 지역에 머물게 하려는 시도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의료계의 반발이 심해 실질적인 논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수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역시 진척이 없다. 하지만 의사 부족으로 인해 지역 의료가 무너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할 여유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지역 의료위기를 겪던 일본은 2007년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처럼 지역의사제가 유력한 대안이 된다면 정부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게 옳다. ‘부산형 지역의사제’ 건의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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