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병동에도…’ 장률 “사람과 세상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소리 내서 펑펑 울었어요. 감정이 요동쳤죠.”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출연한 배우 장률은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정신 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매 에피소드가 그의 마음을 울렸단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률은 “여러 이야기가 기억에 남지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감정이 와닿았고,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나 예닐곱 시간 동안 울었다”고 말했다.
장률이 연기한 ‘황여환’은 정신의학과 의사다. 온 가족이 의사인 집안에서 자란 인물로, 간호사 다은의 지원군이기도 하다. 장률은 “드라마 팀에서 강남성모병원 의료진에게 자문할 수 있도록 연결해줬다”며 “짧게나마 의료진이 어떻게 생활하고, 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궁금한 점이 생기면 (자문 의사에게) 물어보면서 캐릭터를 준비했다”면서 “걸음걸이 같은 작은 지점까지 신경을 썼다”고 했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여환처럼 장률도 이 작품을 만나 그럴 수 있었다. 그는 “촬영 끝나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리게 되더라”며 “이 작품의 일원으로서 많은 걸 배우고 얻었다”고 말했다. 장률은 “20대 때는 내가 상처받지 않는 선에서 방어적으로 사람들을 대했다”며 “하지만 이젠 ‘진짜 사랑은 곁을 다 내어줄 수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나둘 깨달은 걸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실천하려고요. 우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이번 작품이 저에게도 여러모로 좋은 영향을 끼쳤네요.”
2013년 영화 ‘방관자’로 데뷔한 장률은 올해 10년 차 연기자가 됐다. 그는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며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얻는 게 어려운데 전작 ‘몸값’ ‘마이네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이번에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기를 할 때 그 나이의 저를 담아낼 수 있어서 좋다”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편인데 요즘엔 (과거의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이번 작품은 사람과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드라마에요. 많은 분이 제 마음을 울린 이 드라마를 보고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