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400여 쌍 등치고 해외 도피 웨딩촬영 대표…경찰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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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촬영 비용만 챙기고 잠적
확인된 피해 1억 5000만 원
직원도 수개월째 임금 못 받아

부산 사상경찰서 전경 부산 사상경찰서 전경

20대 임 모 씨는 내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올해 4월 6일 결혼식 촬영을 위해 부산의 한 웨딩촬영 업체와 60만 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업체 대표가 지난 8월부터 연락이 닿지 않더니 9월에는 잠적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임 씨와 같은 신혼부부 피해자만 전국적으로 약 400쌍. 임 씨는 “해당 업체가 관공서 영상 촬영도 많이 했고 홍보가 잘 돼 있어서 계약을 맺었다”며 “결혼식 촬영을 하고 영상을 못 받은 부부도 많다”고 말했다.

결혼식 영상 촬영 비용만 챙기고 해외로 잠적한 이른바 ‘먹튀’ 웨딩촬영업체 대표에 대해 경찰이 인터폴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많은 만큼 국내로 송환해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결혼식 영상 촬영 비용만 챙기고 태국으로 잠적한 웨딩촬영업체 대표 30대 A 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신혼부부를 상대로 촬영 비용만 챙기고 지난 7월 28일 태국으로 잠적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만 350여 건으로 피해를 입은 신혼부부는 부산, 경기, 서울 등 전국에 400쌍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금액은 1억 5000만 원 정도로 경찰은 피해 규모가 이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 직원과 외주 촬영감독들도 몇 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금액과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했고 여권 무효화 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웨딩 촬영 분야 전국 1위라고 홍보하며 피해자를 모집했다. 피해자들은 업체 측과 평균 60만 원 선불 계약하고 결혼식 영상 촬영을 맡겼는데, 업체 측이 변명만 늘어놓고 결혼식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피해자들은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예현 송경재 변호사는 “전국적으로 피해자 규모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숨겨진 피해자가 많을 것이고 피해 금액도 지금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피해자 신병을 확보해서 결혼식 영상 촬영본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돈은 어디에 쓰였는지 등 사기 고의 입증과 처벌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인터폴 공조수사가 꼭 필요하다 ”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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