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나설 '바보 노무현' 없는 민주당
정치권 최대 화두 험지 출마론
호재 없는 지역 야권 기대감↑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에 불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최근 주요 화두는 험지 출마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의힘의 경우 하태경 의원이 시작을 끊었다.
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화와 개혁이라는 진보 가치를 계승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선 그 누구도 ‘부산행’에 올라타지 않는다. 부산 민주당에선 특별한 총선 호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어게인 바보 노무현’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야에서는 당 지도부가 험지 출마로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여당에선 하 의원에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맞붙겠다며 험지 출마론에 호응했다.
이에 지역 야권에서는 부산에 ‘바보 노무현’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내년 총선이 140일이나 남기는 했지만 현재 상황에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별다른 카드가 보이질 않는 까닭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물은 결과, 부울경에서는 국민의힘 46.2%, 민주당 35.5%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은 2000년 서울 종로 재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도 부산 북강서을 출마를 택하면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당시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지만 도전은 그의 정치 밑거름이 됐고 결국 2002년 16대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자신의 지역구 대신 부산을 선택한 제2의 바보 노무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재선에 성공한 서울 광진갑 대신 2012년 18대 총선에서 부산 부산진갑에 도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나성린 의원에 패배한 뒤 19대 총선에서 맞대결 끝에 결국 승리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여전히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내년 총선에서 현재까지는 특별한 호재를 기대할 수 없는 부산 민주당에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민주당 예비 출마자 A 씨는 “당내 상황을 보면 ‘누군가 하면 나도 하겠다’는 등 유치한 말싸움만 펼쳐지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편하게 당선되겠다는 생계형 정치인들만 남은 상황이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부산도 과거에 비해 민주당 지지층이 두터워졌다”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공략해 민주당 텃밭화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민주당 예비 출마자 B 씨는 “어쩔 수 없이 등떠밀리듯 하는 험지 출마는 시민에 대한 우롱일 뿐”이라며 “차라리 부산에서 스타급 후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