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여성 비하… 민주, 선 넘는 ‘입’에 골머리
송영길·김용민 등 잇달아 탄핵 언급
최강욱, 동물의 왕국 빗대 원색 비난
당 지도부 "당론 아니다" 엄중 경고
“중도층 외연 확장에 재 뿌려” 비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설치는 암컷”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겨냥하고 대통령 탄핵 메시지를 무리하게 쏟아내는 등 의원들의 선 넘은 발언이 ‘총선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내에선 강경파의 행보가 중도층 외연 확장에 재를 뿌리는 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21일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의원의 발언에 이례적인 ‘엄중 경고’ 메시지를 내고 뒷수습을 하는 등 진땀을 뺐다. 이는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날 송영길 전 대표는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탄핵까지 고려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200석을 얻어야 한다”며 탄핵론에 힘을 실었다.
앞서 김용민·민형배 의원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반윤’(반윤석열) 연대를 위한 윤 대통령 탄핵안 발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168석의 거대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탄핵 남발’ 비판이 나오는 상황 속에 송 전 대표가 대통령 탄핵에 또다시 불을 지핀 셈이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앞서 “(대통령)탄핵의 근거와 사유는 상당히 축적되고 있다고 본다”며 탄핵론에 가세했다. 이들 모두 당내 강경파 의원으로 분류된다.
최강욱 전 의원은 최근 한 북콘서트에서 ‘설치는 암컷’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윤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 과학기술원에서 김 의원과 함께 개최한 북콘서트에 참석해 이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윤 정부를 겨냥했다. 사회를 맡은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이제 검찰 공화국이 됐다고 봐야죠’라고 하자 최 전 의원은 “공화국도 아니고 동물의 왕국이 된 것 아닌가”라며 “공화국이란 말은 그런 데다 붙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전 의원은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이제 그것을 능가하는 데서”라며 윤 정부를 겨냥했다. 정치권에선 이 표현은 김건희 여사를 노골적으로 특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발언은 여성 비하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최 전 의원과 민 의원은 민주당 친명계 성향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출신이다.
강경파 의원들의 입에서 여권을 겨냥한 원색적 비판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자 되레 민주당이 ‘오만과 독선’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 아니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된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서 “탄핵 얘기가 자꾸 나와서, 제 입에서 나가지 않는 탄핵 얘기는 당론이 아니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에 대해선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경고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 전 의원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며 “민주당은 최 전 의원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강경파 의원들의 비판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정도를 넘어 부작용만 부른다”며 “중도층 외연 확장에 재를 뿌리는 행위다. 총선을 앞둔 시기에 득이 아닌 독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도 “여러 가지 논란이 되는 발언들은 좀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최 전 의원의 발언을 막말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이날 최 전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잊을만하면 습관처럼 다시 도지는, 민주당의 막말 본능과 비하 발언이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며 “이쯤 되면 혐오와 분열의 저급한 삼류정치로 대한민국을 오염시키는 사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지적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