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운명 가를 막판 4대 변수는?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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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투표에도 사우디 오일머니 작동?
이탈리아 1차 투표 사우디 표 잠식 규모?
사우디 국제대회 싹쓸이 견제 심리는?
2035 엑스포 노리는 중국의 입장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메종드부산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표 조찬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메종드부산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표 조찬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국 1표’ 원칙에 따라 182개 회원국 대표단의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대한민국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3개 도시가 마지막까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종 투표를 6일 앞둔 현재 판세는 초반 대세론을 자신했던 리야드가 바짝 몸을 낮출 만큼 부산의 추격세가 거세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석이다.

지지 약속과 다른 무기명투표

로마의 선전과 중국의 견제

엑스포 개최지 투표 앞두고

결과에 영향 미칠 변수 수두룩


다양한 이해관계와 국제정치로 얽매인 182개 국가가 저마다의 계산에 따라 투표에 나서는 만큼 뚜껑을 열 때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고, 그만큼 변수도 산재해 있다. 이번 투표에서 최종 개최도시의 운명을 결정지을 ‘4대 변수’를 짚어봤다.

먼저 사우디의 막강한 ‘오일머니’가 얼마나 실제 투표에서 회원국들의 표심으로 연결될지가 관건이다. 총회 개최지 프랑스가 일찌감치 리야드 지지를 선언한 것에서 보듯 세계 각국이 원유 대국 사우디의 ‘오일머니’로 엮여있다는 것이 리야드의 최대 강점이다. 특히 자메이카, 아이티 등 15개국으로 이뤄진 카리브공동체(CARICOM·카리콤)가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리야드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것처럼 아프리카와 중남미 저개발 국가들을 타깃으로 한 사우디의 자금 공세는 이들 국가의 표심이 쏠리기에 충분한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부산은 경제개발 경험 전수와 지속적인 공적개발원조(ODA)를 무기로 표심을 흔들고 있다.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투표 방식에 비춰 볼 때 지지 의사가 반드시 실제 투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우디에 한 표를 약속한 국가들이라 할지라도 상당수가 1차 투표에 한정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2차 투표에서는 지지 도시를 바꾸는 교차투표 양상이 벌어질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최근 월드컵 등 국제 행사를 독식하는 데 따른 국제사회의 견제 심리는 부산의 반격 포인트가 되고 있다.

사우디는 2027년 AFC 아시안컵,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2034년 아시안게임, 월드컵과 e스포츠 월드컵까지 5개의 국제 행사 개최권을 이미 따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2030월드엑스포까지 싹쓸이하려고 나서자 사우디가 국제행사 판을 머니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반감이 표출되고 있다. 특히 반체제인사·언론·여성인권 탄압 등 국내의 각종 정치 문제를 대형 이벤트 개최를 통해 희석시킨다는 비판도 비등하면서 인권 문제에 민감한 유럽 국가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투표에서 로마가 얼마나 표를 획득하느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1차 투표에서 특정 도시가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면 곧바로 개최권을 따내게 된다. 하지만 리야드가 1차에서 ‘매직 넘버’를 달성할 정도로 앞서는 상황은 아닌 만큼, 부산은 일단 2위로 2차 투표에 올라간 뒤 탈락한 로마 지지표와 부동표를 흡수해 역전승을 일궈낸다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로마가 1차 투표에서 리야드 표를 최대한 많이 잠식할 수록 부산이 2차 투표에서 역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얘기다.

이번 투표에서 중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도 무시 못 할 변수다. 중국은 2035년 엑스포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25년 오사카에 이어 2030년 부산까지 잇달아 아시아로 개최권이 돌아간다면, 자신들의 유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부산 견제’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아직 지지 국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일대일로’ 사업을 고리로 동남아와 중앙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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